방송위원회가 위성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의 지상파TV 재송신을 불허하고, 내년 지상파 DMB 사업자 허가 때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하자 이해 관계자와 언론 모두 볼멘소리를 냈다. 이미 2,000억원 이상의 초기 투자를 하고 사업을 준비중인 TU미디어측이 강하게 반발했다.지상파를 볼 수 없는 위성 DMB에 누가 매월 1만~2만원의 돈을 지불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역방송을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지상파 DMB를 추진중인 상황에서 콘텐츠를 넘겨줄 수 없다고 맞섰다. 이들은 내년으로 미뤄진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됐다.
언론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산업성, 공익성, 편의성이 조화된 정책을 주문했지만(한국일보 8일자), KBS에게 유리했고(조선일보 8일자), 지상파의 이익을 대변했다는(동아일보 8일자) 비판도 잇달았다.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뜨거운 감자’와 같다. 3년 전 위성방송을 통해 경험했듯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위성방송의 재송신 허가정책에 대해 반발이 잇따랐고, 결국 국회에서 다시 방송법을 개정하는 등 방송계 전반이 엄청난 홍역을 앓았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뉴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혼란의 해결 모델을 방송의역사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당연히 ‘올드 미디어’로 간주되는 라디오와 TV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지금의 위성 DMB와 마찬가지로 기술발전이 낳은 ‘뉴미디어’였다.
무선기술의 응용과 발달에 의해 탄생한 라디오는 초기에는 전화, 전보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1차 대전 이후 수신기 판매에 주목한 제조업자가 음악방송을 내보내면서 공중 청취자라는 수요자를 창출, 사업을 성공시킨 것. TV 역시 2차 대전 이후 기술발달과 쇼, 코미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시험적 개발에 힘입어 폭발적인 시청자를 확보하면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신규매체의 등장과 확산과정에서 기술과 콘텐츠가 밀접히 연관되었음에 주목할 때, 위성 DMB 정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위성 DMB의성공은 신규매체에 적합한 콘텐츠의 개발에 달려 있다.
라디오라는 새로운 매체가 경쟁매체인 전화와 전보가 수행하는 대화와 통신기능에 집착했거나, TV가 라디오의 음성방송을 재송신하거나 영화 장르만을 고집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맥루한의 정의에는 미디어가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 유형을 요구하고, 내용을 규정한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마치 새 부대와 새 술의 관계처럼, 뉴미디어는 뉴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위성DMB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차별화한 킬러 콘텐츠의 확보의지와개발 가능성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이다. 통신과 방송의 경계가허물어지고, 통신의 대자본과 방송의 콘텐츠가 한판 다툼을 앞두고 있다.언론보도 역시 이러한 이해관계의 한계를 탈피하지 못했다. 이제 방송위원회가 뉴미디어와 뉴콘텐츠가 함께 갔던 방송의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때다.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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