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진행중이다.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국회가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 국정감사는 입법부의 정책의지를 바르게 국정에 반영시키기 위한수단이다.납세자인 국민의 자리에서 보면 정부가 예산과 정책을 낭비 없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집행했는지 제대로 따져주는가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이다.
예년의 국정감사 활동의 질은 몇몇 의원을 빼면 그다지 높게 평가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국정감사는 지속적인 국정운영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감사보다는 의원의 소신을 발표하는 유세장, 정부를 비난하는 성토장같은 분위기가 많았다.
의원들은 장관이나 피감기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기가 일쑤였다. 행정 부조리나 비리 폭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보다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과제인 입법의도의 구현이라는 목적에는 게을렀다.
이번에는 여야가 민생현안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는 실망스럽다. 국정감사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성실성과 열성이 돋보이는 의원들도 있다. 여론 조사나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준비를 철저히 한 의원들도 있다.
정부를 일방적으로 감싸는 모습도 줄어들었고, 대책 없는 폭로보다 새로운사실의 공개와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국정감사가 폭로감사가 아니라 정책감사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필요하다.
국정감사의 연속성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한번 추궁하고 질책하면 끝나는단발성, 일회성 감사가 대부분이다. 이전의 감사 지적 사항이나 답변, 약속에 대한 후속 조치나 시정 조치 등에 대한 확인은 거의 없다.
시간 부족과 의원들의 무성의로 부실한 답변이나 거짓답변에 대한 보충 질의도 거의 없다. 피감기관의 문제점을 파헤칠 의지와 전문적 식견이 부족하고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감기관도 문제가 많다. 보안을 내세워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국회의원들조차도 구체적인 국정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료를 요구하면 지엽적인 것만 제출하기 일쑤이고, 그나마 감사 직전에 제출해 검토할 시간을주지 않는다.
추궁을 피하기 위해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시정을 약속해놓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야당의원들의 국가기밀 누출과 관련해 여당은 형사고발을 요구하고 있고,야당은 국감 무력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국가안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 사항에 대해서 주무장관이 국회에 소명하고 자료제출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직무와 관련해 취득한 비밀에 대해서는 업무참고 목적 이외에는 보안유지의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국회의원이 국가기밀을 함부로 공개한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정부가 법률에 규정된 ‘기밀자료 제출 거부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오히려 정부가 국가기밀 지정이나 관리에재량권을 남용했는지 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기밀이라도 의원들의 정당한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은 제출하는 게 옳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피감기관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일으키는 과오 및 비리를 찾아내 올바른 방향으로 고치도록 하는 데 있다. 행정부의 정책 집행이 입법부의 입법 의도와 맞는지 가려보는 일이 국정감사의 최우선 목표이다.
국정감사는 의원들이 위세를 발휘하거나, 유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고압적 자세를 취하는 기회가 아니다. 당리당략을 위해 밀고당기는 판도 아니다. 국정감사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으나 단호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기간만이라도 감사를 하는 의원들이나 감사를 받는 정부나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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