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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출필고 반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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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출필고 반필면

입력
200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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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상적인 얘기도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따라 그것이 마치 인생의 큰 가르침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어릴 때 많이 들었고, 지금 내가 우리 아이에게 즐겨 쓰는 말 가운데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이 있다.집을 나설 때는 반드시 아뢰고, 또 들어와선 반드시 얼굴을 보이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자식이 부모에게 지켜야 할 모든 효와 예의의 기본이 그 안에 있다고 했다. 특히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슬그머니 인사가 없으면 여간 상심하지 않았다.

밖에 나가서 행한 일이 바르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와 어른얼굴 보기를 피한다는 말씀이었다. 우리 형제들도 자라는 동안 그런 날이많았다.

밖에 나가 싸움을 해 얼굴에 멍이 들었거나 되잖은 작폐를 하고 돌아왔을때, 앞마당으로 바로 들어서지 못하고 뒤란을 돌아 슬그머니 골방을 통해제 방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아마 아버지도 젊은 시절 할아버지에게 그런날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게 이따금 잔소리처럼 ‘출필고 반필면’을 듣는 아이 역시어른이 되면 자기 아이들에게 아빠는 너처럼 그러지 않았다는 식으로 ‘출필고 반필면’을 말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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