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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성 걷고 '교과서 논란' 보기

입력
200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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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현행 한국 근현대사 검인정 교과서들이 이전 국정교과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서울대 박태균 교수)“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역사교육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뒤흔들려는 시도에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상명대 주진오 교수)

최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제기해 논란이 된 ‘역사교과서 편향’ 주장의 타당성을 짚어보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사연구회, 역사교육연구회가 1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남대문 대우재단빌딩에서 여는 ‘한국 근현대사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편향성 시비를 따진다- 집필에서부터 교육까지’ 심포지엄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역사학자와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일부 언론과 정치인의 주장이과연 얼마나 믿을만한 것인지 검토하는 자리여서 관심을 끈다.

심포지엄에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집필 기준과 검정 시스템’을 발표하는 주진오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금성교과서 논란’을 “한나라당, 조선일보, 군부세력 일부로 이루어진 수구집단이 벌이는 공세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주 교수는 “현재 사용하는 교과서는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앞으로 끊임없이 더 나은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수정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역사학계와 역사 교사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균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남한 정치권력의 성격 ▲한국전쟁 ▲경제성장 ▲북한 등 논란이 된 주제들의현행 검인정 역사교과서 내용을 비판적으로 살폈다.

박 교수는 “교과서들이 정치권력의 경우 독재정권이라는 비판적인 관점과경제성장을 이룬 긍정적인 성과를 동시에 서술했다”며 “남한의 현대사가‘민주주의와 경제발전보다는 독재와 탄압으로 점철된 역사’임을 암시하고 있다는 등의 비판은 교과서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거나,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발전국가’의 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재벌이나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면서도 “재벌이라는 특수한 기업구조나 한미동맹을 비판한다고 해서 곧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거나 친북을 주장하는 좌파적인 시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전쟁이나 북한 관련부분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대부분이 “논쟁중이거나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설명이 너무 간략하다”는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 면목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김용석 교사는 ‘역사 교과서와 학생, 그리고 역사 교사’라는 발표에서 이번 논란으로 검인정 새 교과서 도입 이후 정착되어 가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신뢰관계가 뒤흔들리게 됐다고분노를 표시했다.

김 교사는 “친미가 아니면 반미이고, 반미를 이야기하면 곧 친북이 되는가”라고 되물으면서 “근현대사 교과서가 보급된지 2년 동안, 개발과정까지 포함하면 더 오랜 기간 동안 아무 문제없이 쓰이던 ‘금성교과서’가 졸지에 색깔을 뒤집어 쓰고 심각한 정치문제로 비화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2002년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참석했던 허동현 경희대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해 “국정교과서보다 검인정 교과서가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사회에 더 잘 맞는 것”이라며 “근현대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넘었어야 할 이데올로기의 주술에서 아직도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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