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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 논란 증폭 / 교육전문가 3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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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 논란 증폭 / 교육전문가 3人

입력
2004.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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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웅 서강대 교양학부 교수교육인적자원부의 고교등급제 시행 대학 발표 이후 교육부와 대학간, 그리고 전국교직원노조와 대학간의 대립이 표면화되고 있다. 아울러 강남과비강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도 첨예해지고 있다.

온 국민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대학입학제도가 그 운영과정을 이처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무척 진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고교등급제가 ‘기득권 대물림’과 ‘계급 고착화’의기능을 하고 있으니 고교간 역차별을 통해서라도 사회적 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남의 집에 들어와 가구를 맘대로 가져가고 주인행세를 하는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편치 않은 마음이었다.

교육부의 이번 조사결과 발표가 학교간, 지역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내신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2008학년도 대입 개선안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이번 발표를 통하여 현행 대입제도가 불평등을 심화,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고교등급제 적용에 쐐기를 박고, 새 대입제도를 도입하는 데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대입제도는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그러나 대학의입장에서는 유능한 학생을 선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학력격차가 엄연한현실 속에서 학교와 지역의 특성과 차이를 고려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그렇다고 당사자의 능력과 상관없이 선배들이 이뤄놓은 역사와 전통에 힘입어 입학에서 특혜나 손해를 보는 고교등급제를 경직되게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대입제도가 사회적 평등 이념 구현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대학의 자유와 이념의 실현에도 득이 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일정 비율을 지역이나 학교의 특성을 기준으로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특정 학교나 지역 출신의 비율도 상한선을 정할 수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그 이외의 선발 기준에 대해서는 완전히 대학에게맡기고 간섭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손지희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대학들이 ‘뻥튀기’ 고교 내신성적의 실태를 공개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날 아침 한 학부모가 전화를 해왔다. “대학이 어떻게 이리 뻔뻔스러울 수있느냐. 반성은커녕 남의 탓만 하고 있다. 우리 애가 내신 관리하느라 얼마나 애썼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대학이 왜 고교등급제 하는 줄 아느냐. 발전기금을 낼만한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다.

합격 뒤 요구하는 액수까지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국감 자료에 따르면지난 10년간 연세대 법인의 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2등은 이화여대, 3등은 고려대다. 해당 대학은 반성 기미도 없이 “냉장고를 고를 때도 메이커 보지 않느냐”며 헌법정신마저 부인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강남에 못사는 죄로 자식의 미래를 망친 학부모들은 고개도 못 든 채 멍든 가슴만 움켜쥔다.

대학은 이미 폭넓은 자율성을 누리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자율성은갖되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대학은 자율성을 악용, 고교등급제 뿐 아니라 사실상의 본고사도 시행해왔다. ‘논술이아니라 돈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수시 논술과외 비용은 비싸다. 현재의 자율권만으로도 사회는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한다.

대학은 “학력차가 존재하고 내신도 못 믿을 수준인데 어떻게 우수학생을뽑느냐”고 항변하지만, 수시모집을 늘려 변별력 없는 내신과 ‘돈술’로학생들을 뽑은 것은 바로 대학이다. 대학은 수시전형의 취지를 무시한 채고교등급제로 사회갈등을 부추기고 변칙 본고사로 사교육비를 조장했다.

교육부는 이 지경이 되도록 ‘불가원칙’만 말했을 뿐 고교등급제 본고사기여입학제 시행을 방치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대학의 선발권을 더 확대하겠다고 한다.

교육부는 3불(不) 원칙을 지키기 위한 확고한 대책도 없이 결함투성이인 대입개선안 발표만 서두른다. 서열화된 대학을 그대로 두고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을 약화시키면 대학은 어떻게 할까. 고교등급제와 본고사가 더 기승을 부릴 것은 뻔하다.

우리 사회는 입시로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올바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는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도출하기 바란다.

◆한석수 교육부 학사지원과장

고교등급제 의혹과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대학과 교직단체 등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선발을 위해 고교의 특성을 반영한 것뿐이며 내신이 부풀려져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인 데반해 특별감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교직단체등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시정요구와 재정상 제재조치를 받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은대학별 차이는 있지만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및 서류평가 등에서 고교별 진학실적,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등의 학교간 차이를 일부 반영한 것이 확인됐다

대학들은 내신 부풀리기가 만연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고교등급제적 요소를 활용한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원래 1학기수시모집은 소수 인원의 특기자 특별전형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성적 우수 학생들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이러한 특별전형보다 ‘일반 성적 우수자전형’을 대거 시행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반 성적 우수자전형은 2학기 수시나 정시모집을 통해 학생부와 서류평가 이외에도 수능 성적을 적절히 반영해 선발했어야 옳았다. 왜냐하면 2학년 2학기까지의 학생부와 서류평가만으로 성적 우수자를 가려낸다는것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교등급제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교직단체로부터 특별감사 요구도 제기되고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대학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대학의 학생선발 시스템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다룰 수는 없다. 해부를 통해 내부를 샅샅이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그 순간 우리는 개구리의주검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정부의 이러한 간섭이 대학들을 경직 시켜 시험성적에 의한 ‘한줄 세우기식’ 선발체제로 회귀하게 만들 수도 있다.

교육 문제야말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가장 교육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남의 탓만 하는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할 것이아니라 ‘내 탓이오’ 하는 자세로 내신의 신뢰도는 어떻게 높일 것인지,학생선발의 타당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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