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3일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과거사기본법)을 확정, 발표함으로써 전날 국가보안법 대안 발표에 이어 개혁입법 관철의지를 분명히 했다.우리당은 이날 발표한 과거사기본법에서 논란이 됐던 조사범위와 관련, 일제 강점기의 강제동원과 미 군정기의 공권력 피해사건을 제외함으로써 조사시점을 1948년 건국 이후로 늦췄다. 이에 대해 우리당 관계자는 "(일본 및 미국과의) 외교문제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시기의 사건도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조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원회가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3조 4항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사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여운형과 송진우 등 건국 이전에 발생한 요인 암살사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법안엔 '식민지 지배권력의 개입 및 권위주의적 통치로 인해 왜곡되거나 밝혀지지 않은 항일 독립운동'이 조사대상으로 규정됨으로써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에 대한 진상조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TF의 문병호 의원은 "식민지 지배권력은 일제 및 일제의 영향을 받은 권력"이라며 "항일 독립운동을 했지만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왜곡된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진실화해위원회는 신간회를 비롯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비롯해 한국전쟁 전후의 양민학살 사건, 인혁당ㆍ통혁당ㆍ민청학련 사건, 유서대필 사건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활동이 종료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비해 진실화해위의 권한은 대폭 강화됐다. 우선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압수수색ㆍ검증영장 청구를 검찰에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다. 또 동행명령을 거부자에게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위원장에게는 파견나온 공무원의 교체와 승진 요청권, 자문기구 설치권을 부여했다. 반면 공소시효 정지제도와 금융자료 요구권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제외했다.
우리당은 과거사기본법이 진상규명 뿐만 아니라 화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법안에 명시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국가가 법적ㆍ정치적 화해조치와 국민통합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제43조)을 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가해자에 대한 감형 요청, 형이 확정된 가해자에 대한 특별사면 및 복권 요구권 등도 명기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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