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벌려고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똑바른 회사’를 만들 수 있을 지 고민했습니다.”‘30분 배달 보증제’로 유명한 세계 최대 피자배달 브랜드 도미노피자의한국법인 도미노피자코리아 오광현(45ㆍ사진) 대표는 은행원 출신이다. 1990년 한국주택은행에서 퇴직한 후 도미노피자 가맹점을 운영하다 미 도미노피자 본사로 찾아가 담판을 짓고 한국 사업권을 따 냈다.
그렇게 시작된 도미노피자코리아는 3개 매장에서 243개로 급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매출은 1,300억원, 올해는 1,500억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원 출신의 가맹점주가 어떻게 도미노피자의 한국 사업권을 따 낼 수 있었을까. 오 사장은 “가맹점을 2년 넘게 하다 보니 문제점이 너무 많이 눈에 띄었다”며 “내가 하면 훨씬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미 본사로 찾아갔다”고 말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해 본사 임원을 설득시킨 것도 아니었다. “아침 9시에만나 회의를 하고 나니 오후 1시에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호텔에 가 있는데 왜 안 오냐는 전화가 왔어요. 1시간 후에 오라고 한 걸 잘못 알아들은 거죠.”
미 도미노피자가 한국 사업 강화를 위해 국내 대기업과 손 잡는 방안을 강구하던 즈음이었다. 그는 “난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도미노피자에 모든 것을 걸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손 잡으면 도미노피자는 대기업의 일부밖에 안 될 것이다”라는 논리로 설득했다. 뜻이 통했는지 도미노피자는 오 대표와 손을 잡았다.
오 대표는 믿을 만한 친구들에게 가맹점주가 될 것을 부탁했고 이들이 모두 성공하자 가맹점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후 회사는 성장일로를 달렸다. 오 대표는 가맹점주를 뽑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론 싸우고 다투기도 하지만 가족이 유지되는 것은 구성원이 지닌 성품 때문”이라며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0분 배달 보증제’도 주효 했다. 주문한 지 30분이 지나 배달되면 2,000원을 할인해주고 45분이 넘으면 무료다. 그래서 주문전화번호도 ‘30분내 빨리’ 배달된다는 의미로 ‘1588-3082’다.
은행원에서 사장으로 신분이 달라졌지만 은행에 있을 때 찾던 고아원에 가는 것만은 여전하다. 도미노피자코리아는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4월부터 온라인 판매액의 1%를 적립, 월 300판 정도의 피자를 ‘아름다운 재단’이 지정한 단체에 보내고 있다. 단순한 피자 한 판이 아니라 ‘사랑’을 전달하고 싶다는 게 오 대표의 바람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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