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9월, 김영삼 대통령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에 ‘구두합의’한다. 그로부터 만 10년이 지나 한국에서 프랑스 테제베(TGV)는 버젓이 개통했지만, 약속된 고문서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반환 실무협상은 그 해 연말부터 제동이 걸렸다.프랑스측의 ‘등가(等價) 문화재 교환형식’을 통한 영구임대 방식에 대한우리측 대응은 “교환도서란 적당히 보내주면 되는 것”이라던 당시 외교부 고위관계자의 말 한마디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프랑스측은 우리가 제시한 목록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가례도감의궤 임오년 일책…’으로 시작하는 규장각과 장서각의 희귀 고문서들을 요구했다.참담한 협상실패의 쓴 맛을 본 우리 정부는 2001년 10월에야 ‘반환협상 자문위원회’를 꾸렸고, 협상재개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직 문화관광부 4급(서기관) 공무원 조부근(趙芙根ㆍ55ㆍ사진)씨가 우리문화재의 해외유출 실태와 반환협상 등을 추적한 책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를 찾아’ (민속원 발행)를 내놓았다. 문화재반환 외교협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정부협상의 치밀한 사전전략 수립을 촉구하기 위해 쓴 교양서 겸 전문서다.
1부는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국제교류와 정책과제 등을 살피고, 2부에서는 문화재 불법거래와 국제협약 등을 언급했다. 특히 3부에서 문화재 해외유출과 한ㆍ일, 한ㆍ불 반환협상의 경과 및 한계를 치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조씨는 85년 미 LA한국문화원 근무 당시 해외에 떠도는 우리 문화재의 실태를 보고 자료수집을 시작, 국립중앙박물관 섭외교육과장 등을 역임하는동안 연구를 이어왔다.
그가 보기에 정부의 문화재 협상전략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최근 문화재 전문가들이 충원됐지만, 국제 문화재관련 법률전문가와 협상 전략가등이 보강돼야 합니다. 협상의 미끼도, 마땅한 계기도 없는 만큼 더더욱 치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공직 경험을 살려 실용박물관학에 대한 저술작업을 준비중인 그는 “규제일변도의 문화재 관련 법ㆍ정책을 활용 극대화쪽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