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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 뻣뻣한 피감기관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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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 뻣뻣한 피감기관 백태

입력
200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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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감에서도 자료제출 거부와 ‘배째라’식의 부실 답변, 주요 증인들의 해외도피 등 피감 기관들의 고질적 병폐는 어김 없이 되풀이됐다. 피감기관끼리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담당자를 의원에게 보내 로비를 벌이는일도 있었다. 정치권이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욕을 먹고 있지만, 정부 역시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버티기형 / 자료 요구에 "못내"

7일 정통부 국감에선 우리당 강성종 의원이 “자료도 없는데 무슨 질의서를 만드냐”며 피감 기관의 자료제출거부실태를 폭로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강 의원은 “홈 네트워크 융자사업 심사관련자료 등을 요구했더니 정통부 직원들이 ‘국회법에 자료제출 의무는 있지만 작성의무는 없다’며버티더라”고 분개했다.

행자부의 특별교부금 집행현황은 국가기밀과 무관함에도 여전히 성역이다. 여당의 한 실세의원마저 이를 요구했다가 의원회관으로 찾아온 행자부의 주사로부터 “그런 자료는 지자체에서 받으라”는 면박을 당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검찰에 감청장비 보유현황을 요구했다가 “범죄단체에 역이용된다”는 엉뚱한 답변서를 받았다. 또 보안관찰대상자 현황은“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란 이유로 거절 당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산은에 비리사건에 대한 사후조치를 물었더니 임원이 직접 찾아와 ‘이 따위 자료를 요구하는 건 의원으로서 적절치 않다”며 따지더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미꾸라지형 / 일찌감치 "해외로"

12일 카드대란 등을 다룬 정무위 금감위ㆍ금감원 국감은 속 빈 강정이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을 비롯, 이헌출ㆍ이종석 전 LG카드 사장 등 핵심 증인들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한 명도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재경위도 마찬가지다. 14일 산은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구자열 LG전선 부회장이 외유를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재벌총수로 유일하게 증인에 포함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일찌감치 해외로 나갔다.

8일 환노위에서는 대전 리베라호텔 최대 주주인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나와 호텔측의 노조탄압을 추궁하는 민노당 단병호 의원에게 “여기가 깡패 집단이냐. 왜 그렇게 사람 주눅들게 하느냐”고 큰 소리를 쳐 정회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배째라형 / 도중 퇴장 "맘대로"

11일 농해수위의 마사회 국감장. 자민련 김낙성 의원이 낙하산 인사를 따지며 “당사자로서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추궁하자 이봉수 부회장은 “솔직히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 농업정책특보를 지내다 올초 취임한 이 부회장의 이런 ‘배째라’ 답변에 우리당 조일현 의원이 “하기 싫으면 장관에게 사표를 내라”고 고함을 질렀다.

국감 첫 날인 4일 통외통위는 40분만에 정회소동을 빚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통일부 업무현황보고 도중 “시간이 아깝다”며 퇴장해버린 것. 야당의 정동영 장관 길들이기로 볼 수도 있지만, 인원부서현황 등 단순 사실을 나열하는 보고가 빌미를 제공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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