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문을 여는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을 설계한 건축가 마리오 보타(61ㆍ스위스), 장 누벨(61ㆍ프랑스), 렘 쿨하스(60ㆍ네덜란드)가 개관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했다.리움은 현대 건축계의 세 거장이 하나의 미술관을 위해 공동작업을 펼친 것부터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험. 보타의 고미술상설관 뮤지엄(MUSEUM)1, 누벨이 설계한 현대미술의 뮤지엄2, 그리고 쿨하스의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등 세 건물 자체가 미술관 컬렉션 중 하나라고 일컬어질 만큼 성공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삼성미술관 프로젝트에 대해 “현대의 건축언어들이 대치하면서도 공존을 이뤄내는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준공된 교보생명 강남사옥으로 먼저 국내에 자신의 건축세계를 선보인 보타는 지역적 정체성을 살리는 건축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대표작. 파리 아랍문화원으로 극찬을 받은장 누벨은 유리, 철 등 차가운 재료를 즐겨 사용하며 미래적, 도시적 감성을 표현해왔다.
2000년 건축 분야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쿨하스는 1996년부터 하바드대 교수를 역임하며 건축과 사회의 역학 관계를 연구하는 도시계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 건축가가 스타일도 다르고 지향하는 건축 개념도 상반된 측면이 있다. 이견은 없었나.
“우선 갈등이 거의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다른 건축방식을 지녔기 때문에 이번 작업에서는 서로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했다.세 사람 모두 건축물이 외톨이로 소외된 상태로 서있는 현대의 건축 흐름에 불만을 갖고 있는 터였다.”(쿨하스)
“스타일이 다른 건축가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다. 대단히 흥미로운 모험이었다. 삼성미술관은 서로 다른 양식의 건축물이 동거를 하는 모양새를 갖기 때문에, 심도있는 토론을 거쳤다. 세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관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데도 신경을 썼다.”(누벨)
삼성미술관의 세 건물이 각각 다른 목적을 지니고 있다. 미술관의 미션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했는가.
“우리는 이 미술관 건축에서 공통적으로 ‘급변하는 아시아의 도시’를 표현하고자 했다. 남산 중턱에 위치한 미술관을 서울의 문화적 변화를 주도하는 전략적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보타)
서울의 도시적 정체성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서울은 현대적 도시이다. 콘크리트, 시멘트 같은 삭막한 요소들과 낭만적 풍광이 공존하는 특이한 곳이다. 동시에 다양한 국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다. 서울은 어떠한 이질적인 문화라도 받아들여 교묘히 새로운 변형체를 창조해낸다. 그것이 서울이 지닌 창의성 같다.”(쿨하스)
-삼성미술관이 관람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누벨과 쿨하스가 각각 설계한 현대미술상설관과 아동교육문화센터가 있기 때문에 내가 설계한 고미술관도 존재한다. 세 건물이 하나로서 존재한다. 세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에서 관람객들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보타)
“건축물은 지리적 여건 혹은 그 속을 채우는 내용물과 같은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미술관의 전시작품들이 제 가치를 발휘하기에 적절한 공간을 만들어낸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보타)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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