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흘림골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 후반입니다. 이 코스가 개발되면서 흘림골의 비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등산객이 이 곳에 몰렸습니다. 신혼부부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인기 관광지였습니다.하지만 그런 관심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보려는 호승심만 강했을 뿐, 그 자연을 오래 보려면 환경보호가 우선해야 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심하게 훼손된 흘림골은 이후 20년 동안 일반인이 갈 수 없는 금단의 땅으로 변했습니다.
자연을 훼손하는 데는 불과 몇 년이었지만, 회복되기까지는 20년이 걸렸습니다. 이제야 겨우 사람들의 방문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기력도 되찾았습니다.
그런 흘림골을 지난 주 찾았습니다. 주말이 아닌 주중이었지만 제법 많은관광객이 개방사실을 알고 산을 찾았습니다. 등산로 곳곳에 새로 만든 길이 나있고, 작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도 새로 났습니다.
20년 전 이 곳을 찾았던 산악인들은 이전의 모습 그대로라며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그런 기쁨이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섭니다.
산불이 나기 쉬운 가을인데도 적지 않은 등산객들이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아무 곳에나 담뱃재를 끄는 장면도 목격됐습니다. 개방에 맞춰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도 만들어졌지만 담배나 성냥을 가지고 가지 말라고 제지하는 직원도 없습니다. 어렵게 살려낸 자연을 지켜나갈 의지가 있는 지 궁금했습니다.
안전에도 많은 문제가 노출됐습니다. 만물상 정상인 등선대에 오르는 길은사람 2명이 교행하기 힘들 정도로 좁습니다. 2평 남짓한 정상으로 오르는 유일한 통로는 바위 끝에 매달린 밧줄 하나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서로 먼저 오르거나 내려오기 위해 몰려들어 아찔한 순간을 연출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바위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인데도 말입니다.
어렵게 되찾은 우리의 자연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라면 자연을 지키려는 의지와 노력은 부수적으로 따르는 책임입니다. 하지만 특권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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