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이라크의 정밀 설비와 원자재가 사라졌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1일 유엔안보리에 보고했다.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위성촬영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핵폭탄 제조에 사용될 수도 있는 정밀장비가 들어있던 일부 이라크의 건물들이 통째로 사라졌으나 이에 관한 기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야적돼 있던 설비와 원료들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또 지난해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사라진 군수품 중 로켓 엔진 등 일부 물품은 중동과 유럽의 고철 야적장에서 발견됐지만 핵 폭탄 제조용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정밀 절삭기와 선반기, 전자파 용접기 등 설비들과 원료인 고강도 알루미늄 등 실종 품목들은 IAEA가 오래 전 이라크의 핵 계획을 동결하면서 점검표를 부착했던 것들로 유엔 사찰단은 전쟁 직전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들 물품의 상태를 점검했었지만, 미국이 전쟁 후 사찰단의 재입국을 봉쇄한 뒤에는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핵확산금지협정(NPT) 등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이라크를 점령했던 미군 당국과 6월 말 수립된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들 물품을 이동, 반출할 경우엔 반년마다 IAEA에 통보할 의무가 있었지만 IAEA는 2003년 3월 이후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해왔다.
안보리의 관계자들은 위성 영상들을 보면 이들 품목이 이라크 내의 새 장소로 옮겨졌거나 도난 당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일 도난당했다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는 나라나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 갔을지도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의 데미트리 페리코스 단장은 지난달 초 이라크 당국이 지난 1년여 동안 최소한 42개의 폐기 미사일엔진 등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도 있는 물품들을 포함해 수 천 톤의 고철을 해외로 반출했다고 보고했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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