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운동하느라…” 창 얘기를 줄줄 꿰던 그의 말문이 막혔다. 아버지가 하는 일도 정확히 모른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훈련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게 스무살 청년 정상진(한체대2)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투창 연습은 일주일에 서너 번, 던지는 창도 30~40개가 고작이다. 하지만그는 늘 필드에 있었다. 기초훈련에 더 많은 시간과 땀을 쏟기 때문이다.팔꿈치 뼛조각이 떨어져나가 창을 들지 못하던 지난해에도 입원실 대신 운동장에 있었다. “선수생명이 끝날까 겁이 났던” 그는 남몰래 재활훈련을했다.
11일 제85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창던지기에서 그가 날린 ‘재기의 창’은 대회신기록(78m61)에 꽂혔다. 자신의 최고기록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국체전 예선탈락의 기억을 날려버린 탓인지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중1때 “농구 하겠다”며 체육교사 찾아갔다가 창던지기에 발목이 잡혔다. 그해 첫 성적은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 6위(42m34). 가능성이 보였다.유혹도 있었다. 중2, 3년 때 그의 어깨를 탐낸 야구명문 휘문중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선 채로 야구공을 90m나 던졌고 고등학교 땐 스피드건에 구속이 142㎞까지 찍혔다. 아버지 정경훈(53)씨는 왕년의 포수 출신 야구선수. 무관심 종목보다 프로 선수가 나았을 터지만 부자는 ‘한 우물 파기’에 뜻을 모았다.
2002년 7월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동메달을 쥐었다. 석달 뒤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 우승했다. 하지만 마지막 시도에서 무리하게 힘을 써 팔꿈치의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5개월 넘게 창을 잡지 못했다. 기대주로서의 각광과 부상의 우려를 함께 받았다. 남몰래 기초훈련에 매진했다. 올해 초부터다시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2인자였다. 한국기록(83m99)을 가진 박재명(태백시청)은 뚫어야 할 태산이었다. 4번 싸워 모두 졌다. 그리고 이날 정상진은 박재명을 3위로 제치고 우승했다. 장애인 선수 허희선(경남체육회)은 지난해에 이어 2위.
“키 188㎝, 몸무게 87㎏의 탄탄한 체격, 장성진은 “내년엔 한국기록을 깨겠다”고 했다.
청주=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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