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관제데모 공세에 정반대의 방식으로 맞선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시장은 ‘관제데모 입증 문건’을 전면 부인한 뒤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여당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고,손 지사는 반대로 문건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고 정면대응해 도리어 표적에서 벗어난 상태다.이를 계기로 한나라당 대권 주자인 두 사람의 판이한 성격이 뚜렷하게 부각됐다. 당 안팎에선 대권레이스 판세에도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둘의 다른 대응 방식은 근원적으로는 수도이전에 대한 반대 방식의 차이에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 시장은 6일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 스스로 공무원이 수도이전에 대한 입장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집회 참석이나 행정지원 등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기에 시가 그런 행사를 지원했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이 수도이전 반대 행사를 “관제데모가 아니라 민제 데모”라고 규정한 데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손 지사는 다음날 경기도 국감에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깐뒤 “따라서 (수도이전 반대는) 국가정책 반대가 아니므로 도 차원의 행정지원은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이 시장은 “수사 의뢰해 잘못된 게 있으면 공문서 위조”라고 문건 자체를 강력히 부인했고, 손 지사는 “내가 용인한 것이니 책임지겠다”고 시인하는 것으로 갈렸다. 하지만 9일 서울시의 문건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시장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위기에 처했고, 손 지사는 상대적으로 득을 보게 됐다.
손 지사 측은 7일 해당 문건이 제시될 것을 사전에 인지, “당장 부인하는것은 의미 없다”는 판단으로 고심한 끝에 “수도이전은 국가 정책이 아닌정부 정책”이라는 반박 논리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손 지사의 판정승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번 일이 대권레이스의 대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연치 않게 두 사람의 성격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시장의 경우 때로 ‘불도저식’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과단성이 있는 데 반해, 손 지사는 ‘돌다리를 두드려 미리 준비하는 신중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 같은 대권 주자들의 성격은 향후 대권경쟁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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