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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화책 펴낸 아홉살 이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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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동화책 펴낸 아홉살 이구범

입력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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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꼬마가 주식으로 1,200만원을 벌었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놀라 혀를 내두르며 기특해 하는가 하면, 징그럽다며 혀를 차기도 할 것이다.이는 아이에게 경제개념과 돈 관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직 낯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돈 관리가 곧 인생관리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어릴 때 잘받은 경제교육은 아이를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의 주인’으로 키우는 지름길이다.

6살 때 주식을 시작해 종자돈 150만원을 무려 1,200만원으로 불린 이구범(9ㆍ경기 가평군 미원초등학교 2학년)군과 아빠 이선무(39)씨를 만났다. 구범이는 최근 돈을 모으게 된 과정을 동화로 엮은 ‘행복한 부자가 될래요’를 출간했다.

구범이는 무슨 주식을 샀을까. 종자돈 150만원은 IMF 금모으기 때 돌반지판 돈과 친척들이 준 용돈에서 나왔다. “처음엔 KTF를 샀는데 두 번을 사고 파니까 150만원이 어느새 신기하게도 430만원으로 불었어요.

그리고 한통데이터 주식에 투자했는데 430만원이 630만원이 되더라구요.”구범이는 자랑스레 자기의 투자 경력을 풀어놓았다. 이후 구범이가 산 강원랜드(940만원), NHN(1,200만원) 주식도 승승장구했다.

이쯤 되면 ‘주식 신동’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구범이의 눈부신 수익률 뒤엔 바로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올 6월 ‘나는 15억 벌어 35세에 은퇴했다’라는 책을 내기도 한 재테크 전문가로, 현재 기업체 연수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재테크 강의를 한다.

“종목 선택은 아무래도 제가 많은 도움을 줬어요. 하지만 사고파는 건 오롯이 구범이 책임이죠. 구범이에게 그 종목의 목표주가를 정하게 한 뒤 거기에 도달하면 미련없이 팔라고 조언했어요.”

구범이는 아빠에게서 돈 버는 법 3가지를 배웠다. 첫번째는 땀으로 벌기.“5살 때 아빠가 토끼 한 쌍을 사줬어요. 먹이 주고 토끼장 청소하고…. 힘도 들었지만 정말 신나게 키웠어요. 그리고 토끼 새끼를 시장에 내다팔았는데 그 돈이 3년 동안 모이니 60만원이 되더라구요.” 지금도 구범이는토끼 12마리를 키우고 있다.

다음으로 배운 건 돈이 돈을 버는 법, 저축이다. “구범이에게 토끼 판 돈40만원이 든 통장을 줬어요. 1년 후에 1만 2,000원의 이자가 붙었죠. 보잘것 없는 돈인데도 구범이는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고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구범이가 배운 것은 바로 땀과 돈을 동시에 투입해 돈을 버는주식이다. 이를 위해 구범이는 어린이 경제신문을 구독하고, 이동평균선이니 배당이니 하는 주식용어를 써가며 서툴지만 주가그래프도 분석하려고 노력한단다.

“아이한테 왜 벌써부터 주식을 가르쳐 돈독이 오르게 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돈을 일찍 안다고 나쁜 건 없어요. 어차피 크면 배울 것을 어릴 때부터 부모가 올바르게 가르치면 더 좋잖아요.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11살 때부터 주식을 했다잖아요.”

구범이가 어려운 경제용어를 배워가며 선뜻 주식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미국에 가기 위해서요. ‘세상에서 제일 센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미국 갈 돈 500만원 벌려고 주식을 한 거죠.”

구범이는 실제로 돈을 벌다 보니 주식을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며 짐짓 어른스럽게 말을 이었다. “내가 한 주라도 더 사야 우리나라의 좋은 회사가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일이 없잖아요.”

돈은 버는 것 만큼 쓰는 것도 중요하다. ‘꼬마 투자가’의 하루 용돈은 500원. 처음엔 매일 받다가 요즘엔 학교에서 저금하는 날 한꺼번에 받아 고스란히 저금한단다. 그렇다면 짠돌이? 꼬마 갑부가 손사래를 친다. “저도 쓸 땐 써요. 유치원 때 꼬박꼬박 모은 돈을 털어 동생 자전거도 사줬어요.

동생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슬쩍 아빠도 거든다. “작년인가요.이 녀석 저금한다며 1만원을 가져갔는데 통장엔 아무것도 안 찍혔더라구요. 어디에 썼냐며 다그치듯 물었더니 엄마 없는 친구 돕기 모금함에 넣었대요.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아홉 살 어린이에게 좀 어려운 질문을 했다. 돈이란 무엇이냐고. “돈이 있으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 날 일도 없고, 아빠한테 돈 달라고 조를 필요도 없어요. 또 나보다 못 사는 사람을 도울 수도 있구요.” 구범이는 남도배려할 줄 아는 ‘훌륭한 부자’가 되고 싶단다. 그래서 이번에 낸 책 인세 중 1%를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거요? 돈이라고 말할 줄 알았죠? 아니에요. 그건 가족이에요, 우리 엄마 아빠 동생 말이에요.”

/김일환기자kevin@hk.co.kr

■우리아이 경제교육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를 위해 발행되는 유일한 경제신문 ‘어린이 경제신문’의 유료 구독자는 약 3만명. 아이 경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가경 제에 대한 올바른 눈을 뜰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아이가 ‘용돈 기입장’ 쓰기를 생활화하도록 해라”고권한다. 아이의 경제생활 대부분은 소비다. 따라서 용돈을 어디에 사용하고 얼마나 남았는지 일기처럼 매일 매일 쓰다 보면, 용돈의 계획적인 지출과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벼룩시장에 참여해 실물경제를 익히는 것도 좋다. 어린이 경제신문과 아름다운 재단은 매월 셋째주 토요일 뚝섬 유원지에서 ‘어린이 장터’를 연다. 팔 물건을 직접 가지고 와 장사를 하면서 돈의 소중함과 함께 생활 속의경제를 체득할 수 좋은 기회다.

장터에 가기 전 어린이 경제신문(www.econoi.co.kr)에 참가신청을 하면 온라인을 통해 영수증 쓰기, 세금 납부, 장부 정리 등 장사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경제를 배울 수도 있다. ‘손바닥 증권’ ‘윷이야, 경제야’ ‘용돈 마법사’ 등의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이해하기 힘든 경제용어나 원리가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온다. 또한 방학을 이용해 경제캠프에 참여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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