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방해하는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의 지렛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이러한 와중에 우리 정부는 최근 열린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를 대 유럽연합(EU) 외교를 본격화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한다. 이번 아셈회의에서는 미얀마의 아셈 가입 찬반 논의가 쟁점의 하나였는데 EU는 애초부터 미얀마의 참여를 거부하다가 최종적으로 국가 정상 대신 각료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타결을 보았다.
한국 정부는 아셈회의를 앞두고 EU가 미얀마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군사정부 수반의 아셈회의 참여를 거부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애써 눈을 감은 듯하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이번 아셈회의 대응에서도 그렇지만 이른바 참여정부의 외교에서 ‘인권’ 개념은 ‘경제 실익’에 묻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도 미얀마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판에 우리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실제 동남아 국가들은 내정 불간섭을 명분으로 미국과 EU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미얀마를 가입시켰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군사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국이다. 일본은 적당한 선에서 제재와 협력을 번갈아 구사하는 영리한 외교를 펴 왔다.
반면 미국과 EU는 작년 5월 수지와 그 지지자들에 대한 폭도들의 습격으로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파인 학살 사건’ 이래 경제 제재를 비롯해서 고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등 외교적 제재를 강화하였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1990년 총선에서 2% 지지밖에 얻지 못했으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총칼로 민정 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군부의 파렴치한 행동에있다.
현재 미얀마에는 1,400여 명의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 살해, 고문, 강간, 재판 없는 구금, 강제 이주, 강제 노역 등 인권 상황은 최악의 수준이다.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도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 소수민족들에 대한 폭력도 무방비 상태다.
유엔은 이미 군사정부에 대해 90년 총선 결과 수용, 수지를 비롯한 모든 민주화 세력과의 성의 있는 대화, 제반 인권침해의 즉각 중단 등을 요구해왔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강제노역을 문제 삼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도 그 진의야 어떻든 북한인권법에 앞서 지난해 ‘미얀마자유민주주의법’을 통과시켰다.
이와 관련하여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미얀마 문제에 대한 ‘인권외교’ 차원의 접근이 한반도 위기를 예방하는 하나의 방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미얀마 제재에 동참할 때 우리 나름의 보편적 인권외교의 메시지를 유엔과 서방진영에 전달하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한반도 평화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적으로 ‘국익’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적’ 외교를 청산하고 인권외교의원칙 아래 새로운 투자 개념을 세워야 한다.
미얀마 문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과 한반도 평화는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인권외교를 지지해 줄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 역시 지지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서도 우리 외교의 일대 혁신이 필요한 때다.
박은홍 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 부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