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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추억 속의 조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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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추억 속의 조개구이

입력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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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도서관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목에 조개구이를 하는 집이 있다. 다른 주점이나 음식점과는 달리 조개구이 집은 화덕과 또 화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에 건물 바깥에 탁자를 내다 놓는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때가 저녁을 먹을 시간이고, 오가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꽤나 먹고 싶었는가 보다.“이런 바보, 말을 하지.”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조개구이 집으로 갔다. 가리비와 키조개는 양식이란 말이 없던 우리 어린 시절엔 전복보다 귀해 거의 구경을 못했다.

또 동해와 서해에서 나는 조개도 달라서 지금 조개구이 집에서 파는 맛조개, 모시조개, 피조개, 백합 등도 동해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고등학교 때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조개구이를 자주했다. 토요일, 바닷가에 있는 친구집에 놀러가 낮에 열심히 바지락과 홍합을 따서 밤새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그런 우리의 상황 그대로 ‘모닥불 피워놓고’와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를부르며 그것을 구워 먹었다.

그러나 이젠 그 바닷가들도 양산 서너 개 꽂아놓을 터전만 되면 모두 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바꾸어 전혀 다른 모습의 바다가 되고 말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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