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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韓中日 평화·안보 포럼 / 포럼 평가·협력방안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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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韓中日 평화·안보 포럼 / 포럼 평가·협력방안 좌담

입력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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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협력 한단계 업그레이드 물꼬 텄다"‘제1회 한중일 민간고위급 평화발전 및 안전보장 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와타나베 아키오(渡邊昭夫) 일본 화평안전보장연구소 이사장, 장리펑(蔣立峰)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장, 권병현 전 주중대사가 11일 오전 베이징의 중국국가행정학원 센터에서 좌담회를 갖고 이번 포럼의 평가와 함께 동북아 공동체를 지향한 3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좌담은 한국일보 김수종 주필의 사회로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

-사회=김수종 한국일보 주필

▲김수종=한중일 3국의 안보관련 저명 학자들이 중국에서 다소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를 놓고 토론하긴 처음인 것 같은데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와타나베=중국에서 열린 게 처음이 아니라 아마 동아시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겁니다. 특히 동북아 안보 및 평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을 연결하는, 이른바 여론 형성그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이번 포럼은 동북아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첫발을 내딛는 임무를 맡은 중국사회과학원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장리펑=이제 막 물꼬가 터진 것이죠. 저도 참석자들이 동북아 협력문제에 대해 이렇게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리라곤 예상치 못했습니다. 각론에서는 앞으로 3개국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자는 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한국일보의 협력도 포럼 진행에 윤활유가 됐습니다.

▲권병현=한중일 3국의 평화의지를 확인, 결집하는 데 이번 포럼이 큰 공헌을 했습니다. 특히 1.5 트랙이라고도 불리는, 여론형성그룹이 모여 토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아주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해 동북아 3국 모두 민간의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민간이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주력이 될 것입니다.

▲김수종=안전보장과 관련해 동북아의 현실은 어떻다고 판단하십니까.

▲장리펑=동북아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가령 어제 일본 학자 중에는 화평굴기(和平屈起ㆍ평화적 부상)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중국에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의 국력이 나날이 성장하니까 주변에서 의심을 사는 것이죠.

반면 중국은 미일동맹의 미사일방어(MD)나 한국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 우려합니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거론합니다. 안전보장의 기초는 신뢰회복에서 출발해 공동발전하는 데 있습니다.

▲와타나베=화평굴기의 의미에 대해 일부에서는 위협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과거 일본이 그랬듯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강대국화 혹은 팽창도 기우에 그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우리에겐 MD, 대만문제, 북한 핵문제, 일본의 신방위대강 등의 현안들을 갖고 있습니다.

▲권병현=정치적으로 동북아는 이라크 등 중동문제와 함께 세계 양대 문제의 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중일 3국은 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불충분했습니다. 이번 포럼처럼 3국이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토론해 불신관계를 해소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와타나베=최근 3년간 안전보장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공동체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중국이 주변국과의 외교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 자세로 임했기 때문인 측면이 있습니다. 또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계기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북한의 핵 위기 등 현실적 안보문제가 대두됐습니다. 과거 일본의 미야자와 총리 등이 동아시아 협력을 제언했으나 그다지 반향이 없었습니다.

▲김수종=동북아 협력의 장애요인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권병현=먼저 과거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한중일이 과거사 문제를 동결하고 공동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미 한중일은 과거사의 공동 피해자이지 않습니까. 한중일 모두 사정이 있지만, 과거사 문제를 더 이상 확산시키지 말고 긍정적 미래를 향한 시발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와타나베=북한 핵 문제, 중국의 군비증강 등의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기본적으로 서로 대화할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역사인식 문제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역사문제가 나오면 모두 제각각 자기 생각만 말하고 귀를 막아버린다는 것입니다. 가령 중국은 일본을 염두에 두고 과거 150년을 모욕의 역사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괘씸한 일본에 대한 우월감이 배어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일본은 유럽의 우월감에 대해 투쟁한 측면도 있습니다.

▲장리펑=와타나베 선생의 의견은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령 근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만이라는 논리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현실적 문제로 일본에서 최근 미국과 동조해 거론되고 있는 선제공격론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김수종=이번 포럼에서는 군(軍) 및 학계, 매스컴 관계 인사들이 주로 참석했는데, 다음 포럼에서는 문화교류 분야에 대해서도 토론하는 게 어떨까요.

▲장리펑=요즘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 노래 등 이른바 한류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문화교류가 매듭을 푸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권병현=중국에서 출발한 이번 포럼을 계기로 한국 내에도 동북아 문제를 고민하는 민간운동이 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와타나베=일본에서는 작년에 민간의 연구소들이 모여 동아시아공동체연구회가 결성됐습니다. 이번 포럼의 결과를 연구회에 보고하고 내년 포럼은 일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의할까 합니다.

/정리=이동준기자

◆권병현(한국동북아공동체연구위원장)

▲1938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행정대학원 수료 ▲고등고시 행정과(14회) ▲주중대사,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장리펑(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장)

▲1945년생 ▲베이징대 동북아과 졸업, 일본정치 중일관계 전공 ▲동아평화발전과 전략논단 이사장 ▲'전후 중일관계사' 등 저서 다수

◆와타나베 아키오(화평안전보장연구소 이사장)

▲1937년생 ▲도쿄대 문학부 졸업, 호주국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도쿄대 조교수,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현대 일본의 국제정치' 등 저서 다수

■열띤 토론 마치고 폐막-"안보문제등 허심탄회한 논의 이해넓혀 장애물극복 계기로"

한국일보가 창간 5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기획한 '제1회 한중일 민간 고위급 평화발전 및 안전보장 포럼'은 11일 중국 베이징의 국가행정학원 센터에서 경제 및 외교 전략 관련 토론회를 잇따라 연 뒤 폐막했다.

전날 특별강연을 통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체제의 구축을 주창했던 이수성 전 총리는 폐막식에서 "동북아 3국 안보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을 통해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면서 "향후 포럼이 거듭될수록 상호 이해의 수준이 높아져 3국 안보협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측 와타나베 아키오 일본 화평안전보장연구소 이사장은 "한미일 3국이 극도로 민감한 안보 문제를 이렇게도 허심탄회하게 개진한 전례가 없었다"면서 다음 포럼을 일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보관련 패널로 참석한 박용옥(한림대 교수) 전 국방부 차관은 "민간 차원에서 중국의 군 및 당 관계자 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포럼을 통해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면서 "토론을 통해 동북아 3국이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장애물들을 좀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정인(연세대교수) 동북아대위원장은 "중국과 일본의 여론지도층이 한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동북아 협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70여명의 한중일 안보·평화 관련 전문가들은 이날 경제 및 외교적 측면에서의 협력방안에 대해 각국이 주제발표를 한 뒤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어 한국일보와 KBS, 중국의 인민일보, 일본의 요미우리 및 아사히 신문 등 3국의 중견 언론인 10여명이 패널로 나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각국의 보도태도 등에 대해 소견을 피력하고 미디어 협력 방안을 개진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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