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호의존 심화… 3國 FTA 체결 모색해야◆정구현(鄭究鉉ㆍ삼성경제연구소장)
○…지난 10년간 중국은 급성장했고 그 배경에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있었다. 그러나 대중국 투자는 정부간에 무역 및 투자의 틀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탓에 기업들은 잠재적으로 높은 규제와 재정적, 정치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가령 한국의 일부 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전력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역내 정부간 합의가 절실하다. 이는 세계 3대 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경제통합의 틀이 없는 동아시아 국가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다.
물론 각국마다 비교우위와 열위를 갖는 산업분야가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FTA는 국내산업을 구조조정해 국제 경쟁력을 고양하는 순기능도 상당하다.
한국과 일본이 먼저 FTA를 체결한 뒤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방안이 유효하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등과 FTA를 체결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안충영(安忠榮ㆍ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한중일 3국은 제도화한 경제협정 경험이 미약함에도 시장의 힘에 의해 자생적으로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심화하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국가들은 특히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도미노 경험을 계기로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동북아 국가들은 현재의 아세안+3의 공식협의 채널을 동아시아정상회의로 개조, 금융 무역 투자 분야에서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중일 3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적극 탐색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통합 과정에서 비정부기구(NG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국가간 경제협력행위가 되기 위해선 국민간 공감대 혹은 정체성이 형성돼야 한다. 특히 동북아에서 논쟁 중인 역사인식 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도 역내 NGO들이 주도해 학술세미나와 공동연구팀을 구성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야마구치 간지(山口寬治ㆍ미쓰비시상사 중국시장 수석고문)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동북아 협력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 후손에게 보다 안전한 공동체를 물려주기 위한 중대한 사안이다.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 필요하고, 물을 확보하기 위해선 물을 저장하는 산이나 숲이 있어야 한다. 한중일은 이 같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결코 쉽게 얻어지지 않은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대응해나가야 한다.
환경안전을 위해선 정부 간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협력ㆍ교류가 절실하다. 기업인도 환경을 배려하지 않는 기업은 존속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제품기술개발, 리사이클, 재사용 등 기업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는 동북아가 직면하고 있는 식량과 인구, 물이라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다.
◆펑광치엔(彭光謙ㆍ중국삼략과학관리연구원 교수)
○…동아시아 각국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상호경제의존이 심화하면서 이제 불가분적인 공동체가 되었다. 한중일 3국은 우선 에너지 및 환경 문제 등 비전통적 안전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문제는 지금 당장 위협을 주는 요인은 아닐 수 있으나, 각국의 발전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느낌이다. 수요와 공급 간의 모순이 날로 심해져 이제 각국의 경제적 안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걸림돌이 될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동북아 각국은 자살적인 악성 경쟁을 접고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동북아 지역 전체의 이익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도모하는 새로운 에너지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제안한다.
◆한준호(韓埈晧ㆍ한국전력 사장)
○…지난 세기 초반부터 미국과 캐나다 간 계통 연계를 필두로 국가간 전력협력이 이뤄지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중서부 유럽, 북유럽 및 동남아시아권 등에서 국경을 초월한 권역별 전력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인접 국가간 예비전력의 공유는 발전소 건설비용의 획기적 절감과 에너지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동북아 국가들도 각각 윈_윈할 수 있는 전력 협조가 요망된다. 한국의 경우 2015년까지 약 4,000만㎾ 용량의 추가 발전소 건설이 요망되나 국토 면적이 좁은 데다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발전소 입지난을 겪고 있다. 중국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신규발전소 건설은 물론 장거리 대전력 수송을 위한 초고압 송변전 설비 건설에 관심이 많다.
정리=이동준기자
■지역안보 협력 방안-3國 협력구도속 北 포용이 바람직
◆차영구(車榮九ㆍ전 국방부 정책실장)
한중일은 국내 정치적으로는 매력이 있지만 민족주의적 감정을 크게 자극하는 이슈가 외교문제로 폭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과거를 참고하되 과거에 집착하지는 않아야 한다. 다만, 피해를 준 나라가 좀더 주도적으로 나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중일 협력에 미국을 배제한다는 사고는 동의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한중일 협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중일, 미일중, 여기에 기존의 한미일 공조와 북한 핵문제 대화채널인 6자회담의 조화가 필요하다. 한중일의 협력 구도 속에서 북한이 포용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조정원(趙正源ㆍ전 경희대총장ㆍ베이징대 객좌교수)
한중일 3국은 지리적 근접성과 문화적 동질성, 경제구조의 상호보완성이 큼에도 지역통합이 형성되지 않았다. 역사인식문제, 중ㆍ일간 지역주도권 쟁탈전, 양안 문제 및 북한 핵문제 등의 걸림돌을 안고 있어 각국의 민족주의 의식이 지역정체성을 능가하는 현실이다.
장애요인이 많은 만큼 정(情)적인 교감을 통해 동북아인이라는 집단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문제를 반성,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지역 내부를 단결시켜야 한다. 나아가 민간문화교류 등 아래로부터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한편, 이를 제도적 실체로 확대재생산해야 한다.
◆정재호(鄭在浩ㆍ서울대 교수)
동아시아에는 이익(interest)에 기반한 국제정치 및 경제의 상호의존 구조는 잘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호의존의 증대가 반드시 국가간의 신뢰와 협력 가능성을 높이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한중일 3자간에 신뢰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만들기에는 넘어서야 할 과제가 많다. 최근 부활하는 듯한 ‘공격적 민족주의’, 전례 없는 역사논쟁, 중국위협론의 대두, 미국과의 관계설정 문제 등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꼽힌다.
동북아가 단순한 이익의 구조를 넘어 규범(norm)에 입각한 국제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류의 폭을 넓히고 제도의 실험을 늘려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지마 도모유키(小島朋之ㆍ게이오대 교수)
한중일 3국으로 형성된 동북아가 안전보장협력 단계로 나아가는 데 미일동맹이 장애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지역안보의 다국간 틀이 분쟁처리의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면, 역시 미국의 존재가 필요하게 된다. 때문에 미일동맹은 유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미일동맹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가결한 ‘국제 공공재’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