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족화가 오순이씨 단국대 동양화과 교수에*10년만에 中최고미술학원 박사학위 기쁨도
“그림이란 손으로 그리든 발로 그리든 마음이 중요한 법입니다. 학생들이 따뜻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습니다.”
손을 쓸 수 없어 발이나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학 교수가 된다.
단국대는 12일 구족화가 오순이(38ㆍ여)씨에게 예술대학 동양화전공 초빙교수 임용장을 수여한다고 11일 밝혔다. 단국대는 “오씨가 9월부터 시작된 ‘동양화 실기’ 과목 시범강의에서 1,2학년 학생 15명을 지도하면서 남다른 열정과 실력을 보여 학생과 교수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점을 감안, 정식 초빙교수로 임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3세 때 경남 마산시 집 앞 기찻길에서 놀다 열차에 치이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2년 동안의 치료 끝에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양팔을 모두 잃었고 혼자서는 제대로 앉거나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이런 오씨에게 희망의 빛이 된 것이 바로 동양화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미술을 전공한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붓을 쥐게 된 오씨는 이후 두 발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붓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허리가 끊어지고 발이 퉁퉁 붓는 고통을 참아가며 매일 5시간씩 그림에 매달렸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1986년 단국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년 만에 과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오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동양화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중국미술학원에 진학해 14일 박사학위 수여를 앞두고 있다. 94년 중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 무려 10년만의 일이었다.
그의 논문은 중국 남종화의 대가였던 형호(形浩)의 화론을 연구한 ‘형호의 필법기 연구’. 동양화 분야에서 이론과 실기를 아우른 중국 최초의 박사학위인 덕에 오씨의 기쁨은 두배가 됐다.
오씨는 “구족화가의 실기지도가 낯설어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그러나 스승이 구족화가라는 점이 정상인인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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