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프로이트학파의 거두인 조두영(67) 서울대의대 명예교수가 최근‘목석의 울음-손창섭 문학의 정신분석’(서울대출판부)을 펴냈다. 2002년8월 정년퇴임 후 서울 반포동에서 개원한 그의 이번 노작은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한 작가의 작품을 정신분석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책으로 꼽힌다.조 명예교수와 문단의 기인(奇人)으로 통하는 손창섭과의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그는 “그의 작품은 인간의 심연을 여기저기 훑어서 보여주는 것이어서 1955년 서울대에 입학한 직후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해오다 8~9년 전 책으로 펴내겠다는 욕심을 부려 본격적으로 작업에 천착했다”고 답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소설가 손창섭을 잘 모르지만 우리 대학시절에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며 “구질구질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못나고 약한 주인공은 불안한 당시 사회분위기와 맞물려 쉽게 공감을 얻어냈고 그의 단편소설은 나오자마자 화제를 몰고 다녔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작업을 시작으로 현대 작가들의 주요 작품도 분석할 계획이다.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저 이런 맑은 정신이 한 10년만 더 갔으면 좋겠다”는 노학자의 소박한 소망에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배여 있었다. 그가 요즘 자주 들던 술을 줄이고 매일 새벽 반포동 자택 근처에 있는 국립현충원에서 운동하면서 건강을 다지는 것도 그런 학문적인 욕심 때문이다.
요즘도 매일 집과 병원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환자와 상담하고, 남는 시간은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그는 “환자 진료하고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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