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인생들의 삶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헤쳐온 재일동포 최양일(55)감독이 신작 ‘피와 뼈’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1983년 ‘10층의 모기’로 데뷔한 최양일 감독은 재일동포 문제를 다룬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93년)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 11개 부문을 석권했고, 현재 일본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이다.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피와 뼈’는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건너온 김준평이란 남자의 잔혹하고 이기적인 삶을 그린 영화로 재일동포 양석일씨의 자전적 동명소설이 원작. ‘하나비’ ‘자토이치’의 감독 겸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자신이 메가폰을 잡지 않은 작품으로는 14년 만에 주연을 맡았다.
“원작에 묘사된 김준평은 키가 2m가 넘는 장신인데, 몸집이 작아도 그의광기와 폭력성, 욕망 등을 온몸으로 발산 할 수 있는 연기자는 기타노 다케시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출연을 거부했으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왕자웨이의 ‘2046’, 야마다요지의 ‘숨겨진 검, 오노니츠메’ 등 대가들의 작품과 맞대결이 예정돼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다. “언론이나 평단에서는 평가가 좋아요. 한번 보면 1주일간 가슴 아파하며 신음할 영화입니다.” ‘감각의 제국’의 감독오시마 나기사 밑에서 ‘감각의 제국’ 조감독을 거쳤던 그는 아직도 거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지난번 나의 작품 ‘퀼’을 보려고 애써 극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최양일 감독은 “새로운 세대들이 세계영화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조류를 만들어 냈다”며 몇 년 사이 급성장한 한국영화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요.”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이틀동안 부산에 머문 후, 10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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