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차례의 후보 토론회를 마친 지금 미 대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2차 토론 평가
8일 저녁 9시부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대에서 열린 2차 토론은 1차 토론 때와는 달리 케리 후보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1차 토론 때 방어적이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공격의 날을 세웠지만, 자주 윙크를 하고 유머를 구사하는 등 1차 때의 ‘짜증난 얼굴’을 지우려고 애썼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나친 공격이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차분하게 대응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토론 후 여론조사에선 케리 후보가 부시 대통령보다 근소한 차이로 토론을 잘했다는 평점을 받았지만 통계적으로 무승부였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ABC 방송이 토론회를 시청한 등록 유권자 515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케리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은 44%로 부시 대통령보다 3% 포인트가 많았다.
CNN과 USA 투데이, 캘럽의 공동 조사에서는 케리가 승리했다는 응답이 47%, 부시가 승리했다는 응답이 45%로 나타났다. CNN 등의 1차 조사 때는 53%대 37%로 케리가 월등히 앞섰다.
2차 토론은 두 후보가 연단에서 서서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의 1차 때와는 달리 둥그렇게 둘러앉은 140명의 방청객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후보는 마이크를 들고 방청객쪽으로 걸어나와 다양한 제스처를 섞어 답변하기도 했다.
◆날카로운 공방
토론은 외교안보분야와 국내 문제를 망라해 90분 동안 진행됐다.
케리는 최근 발표된 듀얼퍼 보고서를 거론하며 “부시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하자 선거전에서 내가 이리저리 입장을 바꾸고 있다고 대량사기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부시는 “우리가 하고 있는 전쟁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을 그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케리를 믿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몰아세웠다. 부시는 “미국을 방어하는 최선의 길을 계속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케리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에 늑장대처, 북한이 1개 정도 가질수 있었던 핵 무기가 아마도 4~7개로 늘어났다”고 주장했고, 부시는 케리가 주장하는 북미 양자회담은 “순진하고도 위험한 것”이라고 맞섰다. 부시는 특히 “한국에서 병력을 빼내는 대신 효과적 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며 “한반도 전쟁억지를 위해 그 전 만큼 병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일자리 문제와 세금정책, 줄기세포 연구, 낙태 등 국내 이슈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이어갔다. 3차 토론은 13일 애리조나대학에서 국내 정책을 두고 열린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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