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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실업,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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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실업, 위기를 기회로

입력
2004.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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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선, 사오정, 이태백 등의 단어들은 심각한 실업문제를 표현하는 신조어들이다. 이 단어들이 만들어진 초기에는 비슷한 정도의 심각성 수준을 표출하는 정도로 사용되었으나 특히 최근에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주는 무게가 더욱 깊게 느껴진다.올해 서울 시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은 60%, 2년제 대학의 경우 67%에 머물렀다. 대졸자 10명 중 4명은 구직에 실패한 셈이다.

높은 취업 장벽을 뚫기 위해 대학가에서는 효과적인 이력서 쓰기 등 각종 취업 노하우가 회자되고 있고 학점 관리, 영어 공부가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데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 시장은 노동력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재화 시장과 구별되는 특성이 있지만 결국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청년 노동력은 초과공급 상태에 있다. 해마다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수는 거의 고정되어 있는 반면, 나라 안팎을 둘러싼 경제 여건의 어려움으로 기업의 신규채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종래의 종신고용을 보장하던 채용방식에서 점차 비정규직을 늘리는 추세로 변하고 있어서 ‘평생직장’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입사와 동시에 정년까지 평생을 보장했던 평생직장의 개념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 변화가 적었던 전통적인 산업구조에서는 기업운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평생고용을 보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 정보 중심의 현대사회에서는 급격한 사회의 변화 속도에 앞서 기업이 더욱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종래와 같은 안정적인 고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청년들은 부모 세대에서 이미 종결된 평생직장이라는 보호막 속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무한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 살아 남아야 할 세대이다. 그러므로 순수하게 자신의 가치만으로 평가받는 프리랜서로 존재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결국 구직자들이 기업에 보여줄 것은 자신의 생산성이다. 높은 학점이나 영어성적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떠한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는 사람이냐의 문제이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는 일에 사용된 시간과 노력의 양보다는 어떠한 방식으로 일을 수행하여 어떠한 가치를 산출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승자 독식이 심화되고 있는 산업구조에서 기업은 여전히 훌륭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과거의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던 수동적인 인력이 아니라 끝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수한 인력을 구하는 기업과 자신의 생산성을 보여야 할 구직자들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구직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지표는 학점이나 영어성적, 자격증일 수도 있고 봉사활동, 인턴 경험 등 다양한 사회경험일 수도 있다.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태도를 갖는다면 그의 가치를 기업이 인지하여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노동시장은 전통적인 종신고용 체계에서 임시적, 단절적인 고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기업에 의해 자신의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안요인이 되지만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듯이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평생 자신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취업의 장벽이라는 현실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바로 젊은이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일 것이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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