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3개 대학이 2005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 고교간 학력차이를 반영하는 사실상의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자 대안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학력 연좌제’ 지적을 받고있는 일부 사학의 등급제 적용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간ㆍ개인간 학력차를 제대로 반영해 대학들이 필요로 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특히 이번 실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주요 대학들이 부풀리기가 여전한 내신 성적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학생부 교과성적(평어 및 석차)을 1~4% 정도만 실질 반영하고 있어 ‘내신 무용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대 백순근 교수는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고교 학력차를 우선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백 교수는 10일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 발간한 ‘자율과 책임의 대학개혁’ 제목의 논문집에서 “현행 대입 전형 자료 방식중 수능은 초ㆍ중등 교육을 획일화, 표준화하고 있고 대학별 전형도 공정성에서 완전하지 않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고등 교육의 다양화 및 전문화,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간 학력차를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종합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대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고교별 학력차가 존재하고 학교별 교과과정과 교육목표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고교 설립연도 및 재적생, 위치 및 평가방법, 성적의 평균 및 표준편차, 대학진학 현황, 교과목의 내용과 종류, 특별한 교육이념, 평균 수능성적 등이 담긴 학교 프로필을 대학에 제공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고교 등급제를 명확히 정의해 엄격하게 금지하되 대학이 수험생이 어느 고교에서 어떤 차별화된 교육을 받았는지를 종합 평가해 내신에 반영하는 고교종합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파장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있는 2002년과 2003년 전국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지역간ㆍ학교간 학력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라며 “이 결과만 공개되면 학력차 논란 해소로 등급제 의혹도 자연 불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은 입시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 총장은 “학교 및 학생간 학력차이가 엄연하고 수능 및 내신 변별력이 크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들은 나름의 전형방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경향이 더욱 늘 것”이라며 “학생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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