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올 평화상 수상자로 케냐의 여성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를 뽑은 것은 여러 가지 뜻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먼저 평화상 창설 100년 만에 환경을 평화의 주제로 선정, 그만큼 환경보호가 인류평화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천명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2000년대 초부터 환경분야로 평화상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혔고, 이번에 그 의지를 실천했다.노벨위원회는 환경운동 선진국의 선구적 인물들을 제쳐둔 채 후진적 아프리카의 환경운동가를 선택, 환경과 평화 인권 등의 인류적 과제가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일깨웠다.
선진지역의 환경파괴가 생존차원을 벗어난 탐욕에서 비롯된다면, 아프리카에서는 땔감과 경작지를 얻으려는 본능적 생존욕구와 자연 현상인 사막화가 자연 황폐화와 빈곤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생존을 위해 땅과 물을 차지하려는 분쟁으로 이어져 평화와 인권을 유린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이렇게 절박한 여건에서 환경운동의 첫 깃발을 꽂은 것을 다른 어떤 선구적 인물의 역할보다 높이 평가한 것이다.
마타이의 평화상 수상은 여성의 지위와 사회 참여가 특히 낮은 아프리카를 위한 역할 모델의 가치도 크다. 노벨위원회는 환경운동 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이바지한 마타이를 통해 아프리카 사회와 여성 자신들이 여성의 역할과 가치에 새롭게 눈 뜨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지난 해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에 이어 거듭 여성 소외 사회에서 수상자를 고른 뜻을 되새길 만하다.
이렇게 보면 환경의 중요성만을 새삼 강조하는 것은 노벨위원회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저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문명과 민주주의 발전의 혜택이 좀더 골고루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진실로 평화의 지평을 넓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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