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열린우리당, 국민의식 심층조사 결과' 단독입수열린우리당이 최근 국민의식에 대한 심층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가보안법 폐지 관철은 민심의 대세를 거스르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등 비판적 평가가 도출된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조사결과를 담은 내부보고서는 지난 4일 국정감사 시행 직전 당지도부에 보고됐으며, 이에 따라 여당은 법안 처리시한을 연장하는 등 핵심개혁과제의 추진일정을 재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는 우리당 전략기획실이 9월30일 모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경제문제 ▦국보법 폐지 ▦과거사 청산 문제 ▦노무현 대통령 및 주요정당에 대한 이미지 등을 평가한 '우리당에 대한 국민의식 관련 FGI(Focus Group Interview)결과 요약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를 보고하는 자리에 참석한 핵심 당직자는 "당지도부 모두가 여론이 심각하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우리당은 이날 4대개혁법안 처리를 17일 의총에서 결정키로 하는 등 개혁 추진 일정을 재차 조정했다.
◆개혁 과제에 대한 시각=우리당 보고서는 국보법에 대해 "평소 정치적 성향이 중도적인 사람은 물론, 진보에 가깝다고 보는 사람들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폐지보다 개정과 보완에 의견을 두고 있다"며 "폐지 보다 개정과 보완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필요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은 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국가적 현안보다 비중을 높게 두고 있지 않으며 자주 반복해서 정치권에서 다루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정치권이 주도해 자칫 특정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칠 경우 폭 넓은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문제=보고서는 "정부여당이 경제외적 문제에 더 치중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으며 서민경제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국민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경제보다 정치 현안이나 사회개혁에 몰입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무리를 해서라도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선 "경제나 외교분야보다는 정치적 문제에 관심과 신경을 더 쓰는 것으로 인식돼 부정적 평가가 많다"고 밝혔다. 또 "서민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가 퇴색하고 있다"며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온 책임자는 아니지만 현재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역량이나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정당 이미지 우리당에 대해선 "여러 개혁안을 내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 "대통령이 결정하면 그대로 따르는 과거 집권당 메커니즘 답습" 등으로 지적하며 "젊고 개혁적 성향이 있으나 힘있는 여당의 모습이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해선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있지만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이 느껴진 것으로 언급됐다"며 "그러나 최근 보수적 성향에 대한 재확인으로 다시금 실망한 분위기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FGI(초점집단인터뷰)-각 응답자 집단의 표본으로 소그룹을 이뤄 좌담과 토론을 통해 여러 정보를 찾아내는 여론조사 기법,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심도 깊은 의견이 나올 수 있어 기업 등이 활용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30∼40대 주부(고졸, 대졸)와 남자직장인(블루칼라, 화이트칼라) 20명을 상대로 9월23, 24일 이틀간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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