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미디 영화를 전국에 개봉, 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유명영화제작사인 T사. 영화는 평균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영화를 만든 일선 제작진의 임금은 9개월여간 체불됐다. 일부 투자자가 투자를 기피하면서 제작비가 부족해 하위 제작진에게 지급할 계약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결국 이들은 체불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겨우 계약잔금을 받아낼 수 있었다.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당한 흥행기록을 낸 유명영화사 조차도 이 영화를 만든 하위 제작진에게 당초 주기로 약속했던 기간보다 7개월이나 늦도록 잔금지불을 미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하위직 종사자들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연봉이 비정규직의 절반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도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이 영화 조연출, 촬영보조, 조명기사 보조 등 현장종사자 154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작품당 평균수입은 540만원, 연간 평균 참여편수와 수입을 고려하면 연봉이 640만원으로 비정규직 평균연봉(1,236만원)의 51.3%에 불과했다.
임금지급이 계약, 중도, 잔금의 형태로 돼 있어 불규칙적 임금수입으로 생활이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을 경험한 비율이 48%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상 하루 최대 노동시간인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우가 74%인 반면 초과근로수당을 받은 예는 9.2%에 불과했다.
이들은 작품에 참여하지 못해 실업상태에 있는 기간도 연간 6개월이상 이었으며, 54.8%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대해 제작사로부터 어떠한 보험료 지급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외국의 영화산업과 비교할 때 국내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도급계약의 폐해로 인해 근로자로서 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부가 정확한 실태조사를 벌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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