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처럼 한국 사람들은 밥 먹는 것을 중요시한다. 러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아침을 안 먹고 바쁘면 점심때 삐로쉬끼라는 고기빵 하나에 차 한잔으로 때우는 경우도 흔하다. 한국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들이 깜짝 놀란다.한국 사회에서 밥 먹는 시간은 대통령부터 초등학생까지 딱 정해져 있다. 12시만 되면 삼삼오오 밥 먹으러 나서고 점심시간 식당들은 열차 떠나는 플랫폼처럼 시끄럽다.
날씨가 덥거나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싫으면 그냥 연구실 문 앞에 붙어 있는 스티커 중에 하나를 골라 전화를 하면 된다. 10분 뒤에는 오토바이 아저씨가 자장면과 요구르트를 놓고 바람같이 사라져 버린다. 학교 식당밥이 2,200원, 3,000원인데 시켜먹는 자장면 값이 2,500~3,000원이라는 것이 처음엔 너무나 신기했다. 배달 오려면 오토바이로 10분간 산 위를 올라와야 하는데 어떻게 학교밥보다 쌀 수가 있을까?
살다 보니 배달(倍達)민족의 나라 한국에는 배달(配達)문화가 전국 곳곳에 침투해 있음을 알게 됐다. 내가 일했던 고고학 발굴장은 주로 신도시 개발공사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방이 민둥산인데도 전화 한 통화면 어떻게 아는지 멀리서 바람을 일으키며 오토바이가 오곤 했다.
배달문화는 끼니 챙기는 것을 신성시(?)하는 동시에 시간에 쫓겨 살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가 만든 산물인 것 같다.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시켜서 먹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다. 하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끼니를 걸러도 저녁은 반드시 집에서 먹는다. 아직도 여자가 요리를 못하면 시집을 못 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젊은 한국 여성들은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거나 간단한 것만 한다.
러시아에서 한국 손님들을 식당에 데려가면 왜 이렇게 음식이 늦게 나오냐며 다른 데 가자고 졸라 난처했던 경우가 많았다. 빨리 먹고 많이 먹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배달문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너무 급하고 간편한 것만 먹는 사람들을 보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 말대로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는 일 좀 여유 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나스카샤 수보티나·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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