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은 많이 날렸는데 과녁에 맞은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국정감사 무대에 데뷔한 지 1주일. 10일 만난 민노당 관계자 대부분은 “허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 연휴도 반납한 채 준비했던 국감이 시작됐건만, 당은 여론의 관심도 지지 층의 성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기밀유출 공방 등 정쟁 때문에 민노당의 목소리가 묻혀버린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의욕만 앞세운 의원들의 미숙함과 당 차원의 치밀한 전략 부재가 초반 고전을 자초한 보다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당 이목희 의원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예로 들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노동자와 일반 서민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는가를 따져서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민노당 의원은 집회현장이나 논문에서 늘 보고 듣는 이야기를 반복할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여당의원은 “자료가 많고 적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좀 더 꼼꼼하고 논리적으로 질의하고 설득력 있게 자료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민노당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한 공부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7일 경기 지방경찰청에 대한 행자위 국감에서 민노당 이영순 의원은 7월 발생한 한원CC 파업 당시 용인경찰서가 공권력을 투입해 노조를 과잉 진압했다며 청장을 몰아 부쳤다. 그러나 청장은 “한 쪽 이야기만 듣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전제가 잘못 됐지 않습니까” 라며 오히려 이 의원에게 따졌고 뜻하지 않은 반격에 당황한 이 의원은 “그럼 앞으로 잘 해달라”며 물러섰다.
반대로 몇몇 의원은 차분한 논리 전개 없이 언성을 높이는 데만 치중해 다른 당 의원들로부터 ‘재야 티를 못 벗었다’는 말들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각 상임위에 1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안을 다루려다 보니 세밀한 전략을 세우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구체적 대응 전략 없이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휩쓸리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지난 주말 의원단과 당 정책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갖고 전략 수정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비정규직 문제와 민생 문제 등 당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국감 후 지지 층 이탈 등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이것저것 욕심 내는 것 보다는 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는 부분을 집중 공격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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