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동료 직원을 ‘왕따’시키라는 이메일을 사내에 돌린 회사원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고 한다. “사내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이메일을 전달할 때 그는 수신대상에서 제외하라. 회사 비품을 지원하지 말라. 그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이 발견되면 관련직원을 문책하겠다.” 왕따지침을 담은 이 이메일의 내용으로 왕따는 결국 성공했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그 사원은 승진에서 누락되고 업무수행 능력 부족으로 결국 해고됐다는 것이다.
■’왕따 사건’이 직장에서 발생해 실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학교사회 어린 학생들의 철없는 병리현상 정도로 여겨졌던 왕따가 성인사회 직장에서 공공연히 저질러졌다는 이 사건은 보기도 듣기도 싫고, 믿고 싶지도 않은 뉴스다.
그 사원이 왜 그토록 배척의 대상이 됐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를 쫓아내기 위한 행동지침들은 집요하고도 사악한 것들이다. 그 사원은 업무방해를 들어 가해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불기소 처분이 나오자 사건을 헌법재판소까지 갖고 갔다. 그리고 결국 검찰의 구속과 실형판결을 받아냈으니 그 집념 또한 보통은 넘는다.
■피해자로서 증오와 보복, 억울함 등이 뒤섞여 판결까지 5년여 간 그를 지배했을 투쟁심과 적개심을 생각하면 가엾기조차 하다. 그런 나쁜 상태의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그는 인격과 정신도 이중피해를 입은 셈이다.
집요한 배척, 집요한 보복이 담긴 이 사건에서 어른, 아이 없이 추락하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적 수준을 본다면 과장된 느낌일까. 더 비약을 한다면 갈수록 험하게만 살아가는 우리 삶의 단편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눈만 뜨면 충돌이고, 대립이 가시지 않는 나날이다. 정치가 만들어 내는 난장판이 사람들을 척박하게 내몰아 천박하고 유치하게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생각이다.
며칠 전 뉴욕에서 퍼포먼스를 가진 천재 작가 백남준씨는 자신을 “바보야, 바보”라고 했다는데, 툭툭 털어 던지는 듯한 이 말에서 그의 천재성은 더 진하게 느껴진다. 멀리 떨어져 여기서 듣기에 그 말은 멋도 모르고 강퍅해지기만 하는 우리의 세태를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좁쌀만한 것 하나도 털지 못하고 싸우는데 몰두하는 정치판을 행여 ‘바보’라고 부르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판이 악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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