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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남성의 영국'에 살았던 여성 화석채집가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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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남성의 영국'에 살았던 여성 화석채집가 일대기

입력
2004.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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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공룡 화석을 발견한 소녀 메리 애닝/쉴라 콜 지음. 이경은 옮김. 에디슨북세계 최고의 화석 채집가. 공룡과 닮은 바다 생물 화석을 최초로 발견한 메리 애닝을 칭하는 말이다.

그녀는 13세 되던 1812년, 어룡의 화석을 찾아냈다. ‘공룡’(dinosauria)이란 단어가 만들어진 1841년보다 훨씬 이전이었고, 과학자들이 진화론을 증명하기 위해 그 증거를 모으기 시작하던 때였다.

애닝은 1799년 영국 남부 해안 마을에서 가난한 가구기술자의 딸로 태어났다. 부업으로 화석을 찾아 팔던 아버지로부터 해안의 절벽에서 화석을 발견하고 캐내고 손질하는 법을 배웠다.

열 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집을 떠나 있는 오빠를 대신해 가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비록 생계를 위해서였지만,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 없이는 평생을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썰물 때 바닷가 절벽을 살피고 다니는 일은 위험하기도 했거니와 마을 사람들로부터 여자답지 못하다는 평판을 듣고 과학자 집단으로부터 자기의 공로를 인정 받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룡 외에도 1824년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장경룡 화석을, 1828년에는 익룡 화석을 찾았다. 그 시대 과학자들은 그녀의 발견 덕분에 명성을 얻었고 고생물학 발생 초기에 미친 그녀의 공헌은 지대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학술 잡지에 투고할 때 화석 소유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의견에 감사한다고는 썼지만, 아무도 그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실망과 외로움에 다른 일을 찾으려 한 적도 있었지만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었을 것이다. 사랑과 열정이 뒷받침 된 자부심 없이는 화석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분석을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비록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마을의 사적인 모임에나마 참여하도록 해주고 자기의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몇몇 지원자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말년에 그녀는 런던지질학회로부터 연금을 받고 도싯 카운티 박물관의 명예회원이 된다. 그리고 47세에 세상을 떠나자, 1904년까지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학회의 회보가 이례적으로 실었던 사망기사에서 과학지식의 형성에 기여한 그녀의 공로를 인정했다. 왜 세상은 평범한 사람의 업적을 인정하는데 이다지도 인색한지.

작가는 ‘세계 최초로 공룡 화석을 발견한 소녀 메리 애닝’을 현재 전하는 그녀에 대한 많지 않은 기록을 토대로 구성한 한 편의 소설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빛나는 애닝의 마음에 대한 묘사와 시종일관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3,4학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공룡에 푹 빠진 아이들에게 권해볼 만한 책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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