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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동 등 책임없다" 판결 논란…'수지 김 사건' 조작.은폐관련 구상금 청구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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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동 등 책임없다" 판결 논란…'수지 김 사건' 조작.은폐관련 구상금 청구訴

입력
2004.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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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남편에게 살해당한 뒤 간첩 누명을 쓴 ‘수지 김 사건’과 관련, 당시 사건을 은폐ㆍ조작한 안기부 간부들에 대해 법원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신성기 부장판사)는 8일 지난해 김씨 유족에게 45억7,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한 국가가 장세동 전 안기부장 등 전직 안기부 간부들과 김씨 살해범 윤태식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윤씨만 국가에 4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에 대해 “안기부 업무의 특성상 소신있는 정보수집 등을 위해 상당한 재량이 필요하고 개인적 이익이 아닌 국익이나 공익을 위한 목적에서 업무를 수행한 만큼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해구 전 안기부 1차장, 이학봉 전 안기부 2차장 등 전직 안기부 간부 4명에 대해서도 “상명하복 구조에서 안기부장의 지시에 따른 것 뿐이며 직ㆍ간접적으로 가담한 안기부 직원의 범위를 특정하기 곤란하다”며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안기부에서 퇴직한 지 10년이 넘어 손해배상의 소멸시효가 지난 점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씨 유족측은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한 사건에 대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당시 윤씨의 자백을 받고도 은폐ㆍ조작을 지시한 간부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변협 김갑배 이사는 “지난해 국가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결했으면서 정작 불법행위 당사자들에 대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것은 법 적용의 일관성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윤씨에게는 10%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으나 이 사건으로 징역 15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윤씨의 재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거액의 배상금을 국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국가의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안기부 간부들도 공동 불법행위를 한 셈”이라며 “배상액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법무부와 상의해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유족은 사건 은폐 조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와 윤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지난해 8월 42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국가는 항소를 포기하고 이자를 포함해 45억여원을 지급한 뒤 윤씨와 안기부 간부들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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