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함과 풍요로움이 한층 더해가는 계절이다.시간이 흐를수록 개척교화의 어려움을 절감하지만 순간순간 잔잔한 감동이 삶을 행복감으로 충만케 한다. 한 달에 한 번 찾는 경로당 어르신들. 자주찾아 뵙지 못해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건만 이제는 두 손 잡아 반기시는 모습에서 어린시절 동구 밖까지 나와 기다리시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찡하다.
그분들은 한평생 농사지어 뒷바라지한 자식들이 성공해서 잘 사는 모습에 늘 대견스러워 하신다. 추석명절 마을 어귀부터 좁은 농로까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급 승용차들의 행렬을 보시고 어깨가 으쓱해졌으리라.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변함없이 농사일을 하시는 어르신들. 구부정한 허리를 끙끙대며 깨 타작, 콩 타작에 해지는 줄 모르시는 모습이 저녁노을 농촌의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가을 들녘에 아름답게 빛나는 사람들. 그들은 다름아닌 우리의 아버지요, 어머니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진안의 한 작은 면에 사설우체국장을 지낸 아버지와 약방을 운영한 어머니는 네 아들을 모두 대학교육까지 시켰다.
그런데 그 중 막내아들이 가업을 이어 젊은 우체국장이 됐다고 한다. 아버지는 평소 자식들에게 “우리 부부가 이 지역에서 돈을 벌어 너희들 뒷바라지를 했으니, 결국 너희들은 이 지역 사람들의 돈으로 교육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앞으로 이 지역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칠순잔치도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로 하셨다. 또 앞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이 가을 따스한 감동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임성윤ㆍ원불교 안강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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