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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보고서'관련 아랍·침잔국내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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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보고서'관련 아랍·침잔국내 비난

입력
2004.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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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전 명분이었던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듀얼퍼 보고서’가 7일 공개되자 당사국인 미국 이라크는 물론이고 전쟁 지지국들도 ‘추악한 전쟁’의 논란에 휩싸였다.◆이라크와 아랍권의 분노=이라크에서는 미국에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라크의 유력 정치인 이야드 알 사마라이는 8일 “미국은 있지도 않은 WMD를 침공의 구실로 삼았다”면서 “우리는 점령군 철수와 피해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랍권의 대미 증오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이집트의 반관영 주간지 알 무사와르의 모하마드 아흐마드 편집장은 “부시가 무슬림과 아랍인을 박해하고 아랍세계만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모하마드 사이드 부소장은 한술 더 떠 “후세인은 부시의 주장과 달리 알 카에다의 이라크 진입을 막는 가장 믿을 만한 방호자였다”면서 “테러를 막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그릇된 전쟁 추종에 대한 비판=전쟁을 지지했던 미국의 동맹국 정상들도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9일 총선을 앞둔 호주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던 야당의 노동당이 존 하워드 총리 이라크전 지지 전력을 물고 늘어져 급속히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마크 래덤 노동당 당수는 “하워드 총리는 잘못된 판단으로 테러 위협에 더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덴마크의 야권은 7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했던 앤더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영국에서도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자국 군사들의 유해 운구사진을 싣고 ‘그들은 거짓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제목을 뽑는 등 언론들의 비판은 매서워지고 있다.

일본의 야당들은 12일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이라크전 지지를 최대 쟁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중의원은 “총리는 독자적인 정보수집과 분석을 게을리해 안이하게 전쟁을 지지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주도자들의 강변=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은 시종일관 전쟁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전쟁으로 세계와 미국은 보다 안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듀얼퍼 보고서는 후세인이 언제든 WMD를 개발할 의향을 갖고 있었음을 입증한다”며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지금껏 “언젠가는 이라크에서 WMD가 발견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온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이날 “이라크가 유엔의 사찰을 거부했고 우리는 유엔의 결의에 따랐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이동준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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