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상근감사 내정자가 불과 이틀 만에 뒤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났다.국민은행은 지난 5일 저녁 급작스럽게 금융감독원 이영호(55) 부원장보를 상근감사직에 내정했다. 문제는 미묘한 시점과 방식이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이후 국민은행 감사 행(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던 와중에 사전 통보 없이 국민은행이 내정 인사를 단행한 것 자체가 이상한 모양새였다.
이 부원장보는 “축하 인사를 받지 않겠다. 통보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감사직을 수락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틀 뒤, 이 부원장보는 결국 국민은행 측에 고사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8일 “가고 싶었던 자리이기는 했지만 김정태 행장 징계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가 집중 포화를 맞는 시점에 국민은행 감사로 옮기는 것도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이 부원장보를 감사로 받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정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여하튼 금감원은 2002년 초 이순철 부원장보(현 하나은행 감사위원)가 국민은행 감사에 내정됐다가 포기한 전례가 있어 국민은행 감사 자리를 두고 연속해서 악연을 맺게 됐다. 한편 국민은행은 새로운 감사 후보로 강용식(59) 옛 한일은행 상무를 내정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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