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기업인이 평생 모은 재산으로 1,000만 달러(약 115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일구어내고 있다.미국 뉴저지주 칼드웰시에서 ‘프로 라인 메뉴팩처링’이라는 레저용 특수신발 제조회사를 운영 중인 유재두(82) 회장이 그 주인공.
그가 설립한 ‘류패밀리’ 장학재단은 현재 미 동부지역에서 가장 큰 장학재단이다. 현재까지 모인 기금은 550만 달러. 여기에 최근 자신이 갖고 있던 회사 주식의 30%를 출연함으로써 설립 당시 꿈이었던 ‘1,000만 달러 장학재단’이 눈앞에 와 있다.
류패밀리 재단이 설립된 것은 1995년. 유 회장은 그 때 가족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사재 200만 달러를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며 자식들에게 재산상속 포기각서를 요구했다.
가족들은 유 회장의 뜻에 따랐고, 별도의 기금까지 보탰다. 회사에서 출자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을 세운 것이다. 그 후로 자금이 생길 때 마다 차곡차곡 보탠 액수가 550만 달러에 이르렀다. 재단은 이 회장의 호를 딴 ‘설봉 장학생’을 선정, 지금까지 동포학생 200여명에게 35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개인 재산은 밥을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번 돈은 좋은 일에 써야 한다는 게 유 회장의 지론이었다. 어렵게 자수 성가하면서 터득한 삶의 철학이었다.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4세 때 일본 유학길에 나섰다. 도쿄에서 우유와 신문 배달을 하며 상업학교를 어렵게 마치고, 오사카대에 다닐 때는 고무공장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49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영등포에 신발공장을 설립해 종업원 1,500명 규모의 큰 회사로 키웠으나 73년 겨울 공장에 큰 화재가 발생, 모든 게 잿더미가 됐다.
포기하지 않은 이 회장은 76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맨해튼에서 작은 신발판매상을 차려 한국의 낚시, 사냥용 특수신발을 판매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프로 라인 메뉴팩처링’으로 성장한 이 회사는 현재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抗州)에 합작 생산공장 설립과 함께 한국, 대만에 거래 공장을 세우는 등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99년 한국 정부로부터 ‘훌륭한 기업인상’을 받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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