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 해도 결혼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유책(有責)주의를 재확인했다.A씨는 1970년 B씨와 결혼해 2남1녀를 두었으나 시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77년 집을 나와 84년부터는 C씨와 동거하며 아들까지 낳았다. 그러나 B씨가계속 재결합을 요구하자 이혼소송을 내 1, 2심에서 이혼판결을 받아냈다.1, 2심 재판부는 “비록 A씨가 결혼파탄의 책임이 더 크지만 별거기간이 28년에 이르는 등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혼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8일 이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그 파탄을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부부로서의 동거, 부양, 협조의무를 저버린 잘못이 더 큰 A씨의 이혼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상대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 없이 오기나 보복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가능하다”며 예외를 인정했지만 이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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