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막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관. 180평 규모의 전시관 한쪽 면에 우리나라 대표시인 10명(한용운 김수영 정지용 김소월 김영랑 이상 이상화 서정주 박목월 윤동주)의 대형 얼굴사진이 죽 늘어섰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내년 이 도서전의 한국 주빈국 행사를 앞두고 홍보를 위해 마련한 '한국의 명시전'이다. 영어로 번역된 한국시 가운데 대표시 10편을 고르고, 감수성이 묻어나는 시인의 흑백 사진을 연보와 함께 보여주는 인상적인 전시회다.그런데 시인들의 연보를 읽어가던 중 잘못된 곳이 여러군데 눈에 띄었다. 이상은 본명이 '김해경'인데 'Kim Hae-young'으로 써 놓았고, 요즘으로 치면 단과대학인 '경성고등공업학교'에서 공부한 학력을 'studied architecture at high school(고등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이라고 적어 놓았다. 서정주의 대표시 '화사(花蛇)'도 그냥 'The Snake(뱀)'로 옮겼다. 김소월 작품이 모두 250여편(실제는 154편)이라거나, 한용운이 어릴 적부터 승려(17세 출가, 26세 법을 받음)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내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는 좁게는 독일, 나아가 유럽 전역에 한국을 알릴 소중한 기회이다.
전력투구를 하면 주빈국 행사를 치른 4년 뒤인 94년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처럼 '값진 수확'을 거둘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물론, 그것을 준비하고 홍보하는데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서로 생각과 손발이 맞지않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도서전 조직위원회와 출판계, 아직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 민간지원금, 여기에 이런 '실수'까지. 주빈국 행사를 일년 앞두고 찾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범수 문화부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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