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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우리말은 정말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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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우리말은 정말 아름답구나

입력
2004.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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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대접을 생일날 찰밥 안치듯 하는 세태가 개운치는 않지만, 그래도 날이 (한글)날이라 우리말 관련서적들이 푸짐하게 나왔다. 올해 책들은 어느 것 하나 놓치기 싫을 만큼 탐스러워 위안이 된다.‘하나의 언어가 사라지면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를 영원히 잃는 는 것’이라고 한다. 귀찮아서 안 찾고, 그러니 못쓰고, 안 쓰니 멀어지고, 멀어지니 더 어려운 우리말 아닌가. 아래에 소개되는 책의 저자들은 우리말의 장인(匠人)이라 불러도 좋을 이들이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 / 장승욱 지음, 하늘연못 발행, 1만5,000원

‘밥’을 하늘로 치던 우리 민족에게는 밥이라고 다 같은 밥이 아니어서 위로는 수라며 진지, 아래로는 하인들의 ‘입시’, 귀신의 밥 ‘메’가 있었다. 국 없이 먹는 강다짐, 찬 없이 먹는 메나니, 남이 먹다 남긴 대궁밥도 있고, 드난 살며 얻어먹는 드난밥에 김매다 먹는 기승밥, 옥에 갇혀 먹는 구메밥…

저자가 찾아 모은 밥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른다. 책은 생활, 세상, 자연, 사람, 언어 등 5가지 큰 갈래와 40여 개의 작은 갈래 속에 4,793개의 토박이 말을 담고 있다.

저자는 97년부터 남북한의 수십 개 국어사전과 어휘ㆍ용어사전을 뒤졌고,그간 ‘한겨레 말모이(97년), ‘토박이말 일곱마당’(98년), ‘국어사전을 베고 잠들다’(2000년) 등을 내놓았다.

‘도사리’라는 말은 나무에서 채 익지 못하고 바람이나 병 때문에 떨어진 열매(낙과)라는 뜻의 우리말. 저자는 머리말에 “도사리 한 광주리 모아 팔겠다고 시장 귀퉁이에 나앉은 시골 아낙의 심정으로 책을 낸다”고 적었다.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조항범 지음, 예담 발행, 9,000원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을사년(乙巳年)스럽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을사늑약조약의 1905년인데, 비통하고 허탈한 역사적 무게가 삭아 ‘낙엽 뒹구는 교정’의 서정과 짝을 짓게 된 어의전승도 눈여겨볼 만하다.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경막에 붙어있는 육질을 가리키는 말인데, 횡경막의 우리말인 가로막에서 가로마기살로, 가로매기살로 변했다가 갈매기살로 굳어진 경우다. ‘바가지 긁다’는 병귀(病鬼)를 쫓는 굿판의 무녀들이귀에 거슬리는 바가지를 긁었던 데서 생겨난 표현이다.

충북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책에서 ‘간이 붓다’ ‘쓸개 빠진 놈’ ‘헹가래’ ‘거덜나다’ ‘천만의 말씀’ ‘시치미 떼다’ 등 친숙한 말 50개와 비슷한 낱말들의 뿌리를 캔다. 그는 말의 어원과 유래에 대한 낭설들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바사바에서 거시기까지 알고 쓰면 더 재미있는 우리말’이라는 부제를 달고 2권도 곧 나올 예정이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오덕 지음, 보리 발행, 1만5,000원

“나는 시험이/ 무섭다/ 시험 보고/ 매 맞고/ 통지표 받고/ 매 맞고/ 내 다리/ 장한 다리.” 이오덕 선생은 ‘시험’이라는 제목으로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가 쓴 이 시로 500쪽 가까운 이 책의 머리말을 연다. “글을쓰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간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 글쓰기보다더 나은, 아이들을 지키고 가꾸는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른다.”

저자가 이 ‘혁명적인’ 글쓰기 교육선언을 했던 게 20년 전이고, 그 사이글쓰기 지도서의 고전 반열에 든 이 책이 오래 절판 됐다가 새로 나왔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글쓰기 교육이 영어 수학 못지않게 대접을 받고 있고,이런 저런 지침서들도 엄청나게 출간되고 있지만 모범 답안을 제시한 예는거의 없고, 제시된 답안 역시 모범적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저자는 책에서 감상문, 설명문, 주장글 등 성격별로 좋은 글과 나쁜 글의 구체적인 예를 들며 독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박남일 지음, 서해문집 발행, 1만4,900원

‘잠포록하다 날이 흐리고 바람기가 없다… 장마도 벗개어 잠포록한 어느날, 나는 그간 마음먹은 일을 비로소…’

사전식의 짧은 뜻 풀이 뒤에 단어의 의미를 다시 자분자분 풀어놓더니 그래도 미흡했던지 저자는 적절한 용례까지 달았다. 구름결, 구름밭, 누리,불가물, 손돌이추위, 이내, 일더위, 허리안개…

책에는 먼지 뒤집어쓰고 창고에 쌓여있던 고운 우리말 1,710개가 아름다운산문 용례와 함께 담겨있다. 볕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햇볕을 고맙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의 ‘볕뉘’를 설명하면서, 남명 조식(曺植)의 시조 ‘삼동에 베옷 입고’ 한 구절인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을 달기도한다.

우주와 자연, 생물과 사물, 사람과 사회, 경제활동, 일상생활과 문화 등 단어를 주제별로 나누어 수록, 활용도를 높였다. 저자는 소설을 공부하고출 판분야에 종사하다 현재 우리말 연구와 자유기고에 전념하고 있다.

/최윤필기자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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