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초소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에 뛰어든다. 직경 1인치 미만인 초소형HDD는 플래시메모리와 함께 휴대폰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휴대형 정보기술(IT) 기기의 주요 부품이다.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0.85인치(2㎝)급의 초소형 HDD 개발에 나섰다. 0.85인치는 일반 HDD(2.5~3.5인치)의 3분의 1 크기로, 일본의 도시바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소형 제품과 동일한 크기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2005년 중 4GB 급의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초소형 HDD는 플래시메모리보다 저렴하면서 기가바이트(GB)급의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휴대형 IT기기에 잇따라 채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월 1.5GB의 HDD를 장착해 70여 시간의 동영상과 MP3 파일을 저장할 수 있는 휴대폰을 발표했다.
애플과 아이리버도 20~40GB HDD를 사용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 ‘H’ 시리즈 등을 내놓고 있다. 업계는 늦어도 2007년까지 휴대용 IT기기 2대 중 1대 꼴로 초소형 HDD가 채택되면서 약 40억달러(4조8,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초소형 HDD 생산 전략은 이 같은 시장확대를 겨냥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플래시메모리 생산업체인 만큼 남에게 텃밭을 뺏기기 전에 먼저 울타리를 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초소형HDD 사업을 선점해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1987년부터 PC용 HDD 사업을 해왔으며, 올들어 2.5인치 이하 제품을 출시하는 등 초소형 HDD 개발을 위한 기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플래시메모리와 초소형HDD 사업의 ‘양수겸장’을 선언하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양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도시바의 경계가 예사롭지 않다.
도시바는 삼성의 시장 참여가 초소형 HDD 시장확대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80년대 D-RAM 메모리, 2000년대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잇따라 추월 당한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도시바는 현재 초소형 HDD 시장의 60% 이상을 석권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플래시메모리(NAND형) 생산업체다.
삼성전자는 초소형 HDD를 자사의 융합형(컨버전스) 휴대폰에 지속적으로 적용해 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휴대폰은 저렴한 가격에 고용량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저장할 수 있게 돼 노키아, 모토로라와의 휴대폰 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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