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로렌스 코틀리코프, 스콧 번즈 지음ㆍ김정혜,장환 옮김 / 한언 발행ㆍ1만5,900원‘한국이 초고속으로 늙어간다.’ 노인의 날(2일)을 맞아 통계청이 내놓은 수치를 보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2001년 기준 평균 수명은 76.5년으로 10년 전에 비해 4.8년을 더 산다.
장수한다고 마냥 좋아하기도 어렵다.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15~64세 생산가능인구 8.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면 되나 2020년에는 4.7명, 2030년에는 2.8명으로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고령화에 세계 선진국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여기에 저출산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면서 다가올 세대는 경제대폭풍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로렌스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경제전문 칼럼니스트 스콧 번즈가 이 책에서 내놓는 경고를 한 귀로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다.
2차 대전 직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는 시점에 도달하면서 미국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인 1인당 공식 부채는 1만4,300달러(약 1,600만원)지만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제도 같은 미래 지급 약속을 포함하는 비공식 부채까지 따져보면 15만9,000달러(약 1억8,300만원)에 달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다음 세대는 우리보다 순 세금을 두 배나 많이 내야하고, 실질소득은 현재보다 40%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도 눈앞의 선거만 염려하는 정치인들은 재정 적자 규모를 교모하게 속이면서, 그 부담을 모조리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행태를 계속한다.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인 셈이다.
그렇다고 노인들을 무작정 일자리로 내몰고 각자가 노년의 삶을 알아서 해결하라고, 사회가‘나 몰라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자는 기술진보, 경제성장, 외국인 투자확대, 은퇴연령 연장, 정부지출 삭감 같은 방법도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현 세대의 희생을 수반하는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미래를 책임질 다음세대, 즉 우리의 자녀들이 고통스런 짐을 떠안게 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현실을 분석하고 있지만 구체적 수치 따위를 무시하고 읽는다면, 한국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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