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해서 못봐주겠다." "저러면서도 '존경하는 누구누구 의원님'이라고 서로 불러주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국방위가 파행 사태를 빚은 7일 수감 기관인 국방조달본부 관계자들 입에서 나온 말이다. 장장 12시간23분 동안 계속된 정회사태를 지켜본 기자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파행은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겨냥해 "스파이와 다름없다"고 공격하고 한나라당이 발언 취소를 요구, 국감 진행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12시간이 넘도록 여야가 한 일이라곤 "그 쪽에서 먼저 사과하라"는 감정적 대치였다.
한나라당은 "안 의원이 스파이 발언 철회와 사과를 해야 한다"며 버텼고, 우리당은 "박 의원이 5일 국방위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가 오늘 기자회견에서 말을 바꾼 것을 먼저 사과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여당 중진은 "서로 유감이라고 말하고 감사를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결국 여야는 회의가 자동 유회되기 직전인 밤 11시57분 안 의원과 박 의원이 동시에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회의를 정상화 했다. 겨우 이런 결말을 위해 감사를 내팽개친 채 12시간을 끈 것이다. 그리고 회의 속개 후 감사는 10분만에 끝났다.
국가기밀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달본부 국감장에서 벌어진 여야의 하찮은 자존심 싸움과 몰염치는 닷새가 지난 이번 국감의 '최악의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러나 8일 육군 제3군 사령부 등에 대한 국감을 진행한 여야 국방위원들은 사과의 말은커녕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태연하기만 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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