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 고개 숙인 벼의 낟알은 당장이라도 탈곡할 수 있는 크기로 토실토실 여물었다. 밥이 잔 불에 뜸을 들여 맛을 내듯, 지금은 낟알이 화창한 가을볕에 뜸 들이는 시간이다. 논은 저마다 벼 익은 정도에 따라 누런빛의 농담 차이를 보이는데 그 조화가단풍 만큼이나 곱고 아름답다.수확으로 잔뜩 들떠있는 들녘으로 나서자. 최근 곳곳에 생겨난 농촌 전통체험마을은 시골의 아련한 추억을 곱씹으며 가을을 맞기에 제격이다.
풍요의 들판을 달려가 찾은 곳은 강원 원주시 귀래면 주포리의 ‘미륵골 마당마을’. 황산마을로도 불리는 이곳은 50여호가 모여 사는 산골이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미륵산은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있고 그 꼭대기의 미륵바위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신통함을 간직한 곳이다. 산세가 아름다워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륵골 마당마을의 테마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것 저것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뜻의 ‘마당’이다. 예술마당, 놀이마당, 농사마당, 소원성취마당 등 집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진 공간으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마을 전체가 한데 어우러진 커다란 ‘마당’이 되는 것이다.
도로변 마을 입구는 하얀 통나무들이 장승처럼 빼곡이 들어서 이채롭다. 통나무마다 세계 각국의 이름과 국기가 그려져 있다. 지난 봄 체험활동을 나온 대학생들이 만든 작품들로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모아 꽂아놓고 만국기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마을 초입, 김홍도의 풍속화 속 인물들이 벽에 그려진 하얀 건물이 눈길을 끈다. 옛 마을회관을 개조해 만든 민예품전시관으로 은행 작두콩 등 종자에서 시작해 지게, 키, 물지게, 사발, 광주리 등 마을에서 나는 모든 것들을 부려놓았다. 벽에 걸린 70년대 초등학교 졸업장과 가족사진액자 등 작지만 소박한 시골의 정이 물씬 풍겨나는 공간이다.
예쁘게 단장된 화가의 집도 독특한 볼거리다. 돌담 사이에 박힌 TV 브라운관, 양동이를 거꾸로 꽂아 만든 우체통 등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외양간을 개조해 아틀리에로 사용하고 있는 이는 박명수(52) 화백.
산이 좋아 산골을 찾다가 14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았다 한다. 박 화백의 도움으로 마을 곳곳의 황량한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미술작품으로 거듭났다.마을 입구의 다리 난간은 초등학생의 꿈을 담은 그림으로 단장됐고, 축대는 격언을 새긴 가마솥, 삽, 통나무, 빨래판 등으로 ‘명상의 벽’이란 설치작품으로 재탄생됐다.
미륵산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오르면 넓은 마당에 항아리 400여 개가 들어찬 넓은 마당을 만난다. 박종원(51)씨가 운영하는 미륵산 농원(033-761-9216).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을 만들어 파는 곳으로 전통 방식으로 장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박씨는 “장맛은 햇빛, 물, 공기가 좌우하는 법, 장 담그는 곳으로 이곳만한 데가 없다”고 했다.
농원 바로 위는 곤충농장으로 최근 애완용으로 뜨고 있는 곤충을 사육하는 곳이다.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의 성충과 유충을 기르고 판매하며, 체험학습장을 갖춰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곤충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만져볼수 있도록 하고 있다. (743-8950)
미륵골 마당마을의 주요 체험 일정은 소달구지 등을 이용한 마을 둘러보기와 미륵바위까지의 소원마당 트레킹, 꼬마 장승ㆍ솟대 만들기, 미륵산 도토리 부침 만들기, 손수건에 흙물 들이기 등이다. 미륵골 마당마을 추진위원회(033-764-3594)나 원주시농업기술센터(741-2339)를 통해 사전 예약을해야 한다.
미륵바위에 소원을 빌어 결혼한지 17년만에 아들을 얻었다는 홍석률(68) 이장은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이달 말 체험관 건물이 완공되면 편안히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며 “많은 이들이 우리 마을을 찾아 청정 자연과 소박한 산골의 정을 담뿍 느끼고 나처럼 모두 소원성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고속도로 남원주IC에서 빠져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충주방향으로 15㎞가량 가다 401번 지방도로 진입해 2㎞정도 가면 된다.
■웰빙여행-'2004 원주 따뚜'
*9개국 군악대 참가 오늘부터 흥겨운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 따따따 따따따 나팔붑니다~.’
화려한 제복과 번쩍이는 악기, 절도 있는 행진의 군악대가 깊어가는 가을을 흥겨운 음악으로 수놓는다. 강원 원주에서 세계 군악대 축제인 ‘2004원주 따뚜’가 8일부터 13일까지 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는 영국의 스코틀랜드 근위군악대를 비롯해 러시아 극동부 본부, 캐나다 왕립포평, 미국 8군ㆍ메릴랜드 389사단, 일본 자위대, 뉴질랜드 육군, 태국 왕립, 터키 친위보병 군악대 등 외국 9개 팀과 국방부, 해병대, 육ㆍ해ㆍ공군 군악대 등 국내 5개 팀 등 모두 9개국 14개 팀이 참가한다.
격년제로 열리는 원주 군악대 축제는 올해가 3번째. 이제까지의 딱딱했던 틀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와 체험이 결합된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축제로 치러진다. 축제 명칭도 기존의 ‘세계평화팡파르’에서 친근한 이름의 ‘따뚜’로 바꾸었다. 따뚜는 군악대축제를 이르는 영어의 ‘타투(tattoo)’를아이들이 손나팔을 불며 내는 ‘따따따 뚜뚜뚜’ 소리와 접목해 만든 단어다.
주요 프로그램은 초청 군악대의 마칭과 콘서트, 거리 퍼레이드. 치악체육관에서 열리는 마칭은 절도있는 발걸음과 흥겨운 북소리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공연이다.
치악예술관에서는 수준 높은 군악대와 관악밴드의 콘서트를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중간마다 마술 등 감칠맛 나는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어 공연 내내 끊이지 않는 감동이 이어진다. 마칭과 콘서트 입장료는 각각 6,000원과1만원(어린이 50% 할인)이며 마칭과 콘서트를 묶은 패키지권은 1만2,000원이다.
신시가지 단계동의 장미공원에서는 군악대와 시민과 함께 하는 무료 공연들이 펼쳐진다. 인디밴드, 풍물패, 재즈밴드 등 다양한 공연과 초청 군악대의 장기자랑 등 화려한 음악 파티가 열린다.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체험 프로그램으로 종이나 대나무 등을 이용한 악기만들기, 재활용품을 이용한 소리체험, 나팔만들기 등이 이어지고 관악독주, 거리마술, 관악기 전시 등이 운영된다. www.wonjutattoo.com (02)033-741-2932~4
/원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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