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근 "기밀유출은 스파이 행위"*한나라 "동료의원에게 할 말이냐"
7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가 국가기밀 유출 논란으로 개의 1시간여만에 정회, 하루종일 감사가 중단되는 등 또 다시 파행을 겪었다. 이날 국방부 조달본부 감사장에서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이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스파이”라고 공격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발언취소와 사과,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며 감사를 거부했다. 여야는 정회상태에서 각기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자기들의 주장만 강조하는 등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안영근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5일 국감장에서 유감을 표명했던 박진 의원이 오늘 아침 ‘정부여당은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며 딴소리를 했다”며 “자신의 이름을 언론을 통해 알리려는 의도인데다 기밀유출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기 때문에 박 의원과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없다”고 박 의원 제척을 재차 요구했다. 안 의원은 이어 “대한민국에 큰 위험을 주는 이런 행위가 바로 스파이 행위”라며 “북한에 엄청난 이익을 안긴 행위로 보며, 그런 것이 스파이지 뭐가 스파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박 의원은 “같은 국방위원끼리 어떻게 스파이 운운할 수가 있느냐”며 “심대한 명예훼손이자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고 발끈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적국에 이익이 된다면 스파이라고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고,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은 “동료 의원에게 스파이 운운하는 사람과 국감을 할 수 없다”고 고함을 지르며 흥분했다.
이에 유재건 위원장이 몇 차례 중재를 시도했으나 한나라당이 정회를 요구, 오전 11시35분에 정회했다.
정회 이후 여야는 간사회의와 각 당 중진 의원들간 회의를 통해 협상을 시도 했으나 팽팽한 기 싸움으로 접점을 찾지 못해 파행이 계속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도부와 연락을 취한 뒤 오후 3시45분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정사상 유래 없는 인격적 모독이자 치명적인 명예훼손”이라며 “여당이 정치공세로 야당의 의정활동을 봉쇄하고 있다”고 안 의원의 발언 철회와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이 요구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여당이 국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의도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앞으로 국감 진행 여부는 여당에 달려있다”고 남은 국감일정을 전부 보이콧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리당 의원들은 곧바로 대응 기자회견을 갖고 “안 의원이 박 의원을 지적해 스파이라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며 “유감 표명 했다 말을 바꾼 박 의원부터 먼저 사과하면 발언 취소를 검토해보겠다”고 공을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겼다. 우리당 의원들은 국감 재개를 촉구하며 오후 5시부터 국감장에 입장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기다렸으나, 한나라당의 버티기로 저녁 늦게까지 국감을 속개하지 못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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