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인간의 가장 가까운 반려(伴侶) 동물이라는 것은 새삼 이를 나위가 없다. 오죽하면 이런 유머까지 있을까.창세기 첫날 하느님께서는 개를 만드셨고, 이튿날 개를 돌볼 인간을 빚었다. 셋째 날 개 먹이 감으로 온갖 생물을 만들고, 다음 날 이걸 장만하는 일을 인간에게 가르쳤다. 이어 다섯째 날 개 운동과 놀이용 테니스 공을 만들고, 여섯째 날은 개의 무병장수를 위한 약을 개발했다. 그리고 일곱째날, 하느님은 성경과 달리 안식을 누리지 못했다. 개와 산책을 나가야 했던 것이다. 유럽의 개 친화적 호텔체인 Bello Welcome 인터넷 사이트에 실린 유머다. Bello는 독일어로 멍멍 짖는 것을 뜻한다.
■ 독일의 조사에 의하면 애완동물 주인의 절반 이상이 휴가를 함께 떠나기를 원한다. 국민의 40%가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마당에 휴가여행에 동반할 애완견만 통계상 한해 수백만 마리에 이른다니, 개 친화적 호텔이 성업할 만 하다.
독일을 앞세운 것은 동물의 권리와 보호의무를 헌법에 규정할 만큼 애정이 각별한 때문이다. 개도 부양가족으로 간주해 사육비용을 자녀 양육비처럼 세금공제 항목에 포함시키고, 애완견을 승용차 안에 잊고 방치해 숨지게 한 주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할 정도다.
유머 한가지를 더 소개하면, 독일에서 ‘개조심’ 팻말은 맹견 피해를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애완견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깨우는 것이다.
■ 이런 사정은 4억 마리로 추산되는 전 세계 사육견 가운데 5,000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 사회가 대개 비슷하다. 이에 따라 애완동물 관련산업도 우리는 아직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번성하고 있다.
개 먹이나 의료 미용 등 사육에 직접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애완동물 캐릭터 상품과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 인간에게 있는 것은 모두 나오고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마다 다른 애완동물 인식표를 전자 칩 방식으로 통일, EU 역내 여행 때 지니고 다니도록 의무화하는 개 여권 제도를 지난 7월 도입했다. 개도 사람과 꼭 같이 다루는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 그러나 애완동물 사랑에는 적잖은 불편과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민의식이 앞선 선진국 공원에서 자칫 개 배설물을 밟을 위험은 우리보다 훨씬 크다. 그만큼 그들도 애완동물 관리에 골치를 앓고 있고, 사회적 비용이 과도한 것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독일에서는 자녀(Kind) 양육부담은 기피하는 저출산 사회가 개(Hund)는 유난히 좋아하는 세태를 연방공화국(Bundesrepublic) 명칭과 연결, 독일이 제대로 되려면 개 공화국(Hundesrepublic) 아닌 어린이 공화국(Kindesrepublic)이 돼야 한다는 경고가 흔히 나온다. 우리의 새 동물보호법에 대한엇갈린 반응에서 그 뜻 깊은 경고를 떠올리게 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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