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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부산국제영화제…"영화의 힘" 부산이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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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커버스토리-부산국제영화제…"영화의 힘" 부산이 출렁인다

입력
200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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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는 여행과 같습니다. 나와는 영 상관 없는 세계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고, 내 일인 양 진심어린 걱정도 해 봅니다.때로는 과거로의 여행이 되기도 하죠. 주인공의 동작, 대사 한 마디가 잊고 있던 추억을 끄집어 내기도 합니다.이 흥미진진한 영화의 바다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15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중국, 일본, 이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태국, 카자흐스탄 등 전세계 63개국, 266 작품으로 떠나는 기차들이 깜빡 깜빡 불을 밝히고 승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무려 한 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은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결과요? 상상보다 훨씬 끔찍하답니다( ‘슈퍼 사이즈 미’)

생명을 지닌 세탁기 이야기도 있습니다. 세탁기 안에는 한 여자의 영혼이 숨어 살고 있어, 자기가 원할 때 작동하고 쉬고 싶을 때는 멈춥니다. (‘아름다운 세탁기’)

이웃 아저씨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말할까요. 아들 3명을 키우고 있는 이 분은 하루 빨리 손자를 안아 보는 게 소원이죠. 그런데 그 아들 3명이 모두 동성애자라는 겁니다. (‘하이난 치킨 라이스’)

너무 이 땅의 일이 아닌 듯 하다면, 첫사랑은 어떤가요. 하나라는 이름의 여중생이 있습니다. 평소 미야모토라는 남학생을 짝사랑 해 왔죠. 그런데어느날 갑자기, 그가 사고로 정신을 잃은 겁니다.

하나는 우겨보기 작전에 돌입합니다. 하나가 말합니다. “당신은 기억을 잃었어요. 우리 연인이었는데 기억 안나요? 저는 당신 애인이에요.” 너무귀엽죠. 거짓말을 해서라도 얻어 내고 싶었던 사랑, 당신에게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하나와 앨리스’)

/최지향기자misty@hk.co.kr

■먹거리

항구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부산의 먹거리는 회나 해산물 등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 갖가지 회를 비롯, 곰장어, 해물탕, 아귀찜, 복국, 낙지볶음 등이 부산에서 맛보아야 할 대표적인 먹거리.

그렇다고 아무 집이나 불쑥 찾아가서는 성공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그래서 현지전문가에게 물었다. 음식업중앙회 부산시지부가 엄선한 부산먹거리 명소를 소개한다.

● 생선회=자갈치시장, 민락동회센터 등이 이름나있지만 정작 소문난 집은 따로 있다. 해운대구 청사포에 위치한 금오횟집(742-0011)은 자연산 회를 내놓기 때문에 비싸지만 맛은 일품이다.

FIFA광장이 있는 남포동에 위치한 부산명물횟집(245-7617)은 회백반이라는 독특한 메뉴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회비빔밥으로이 집 주인은 전통문화보존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민락동 광안리해수욕장인근 신라횟집(753-2800)은 일본인 관광객도 최고로 인정하는 명소.

곰장어 곰장어는 이미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부산 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기장군 시량리에 위치한 기장곰장어(721-2934, 722-2353)는 짚불구이를사용하는 것이 특징.

화력이 세지만 빨리 꺼지는 짚불의 특성을 이용, 여러 번 구워내면 전체가 골고루 익어 맛이 쫄깃하다. 중구 중앙동 부두변에 있는 성일집(463-5888)은 양념을 세번 묻혀내 곰장어속까지 양념이 배고 색다른 맛을 낸다. 곰장어를 먹은 뒤 양념에 비벼먹는 비빔밥은 이 집만의 별미.

● 해물탕=부산의 해물탕은 타 지역에 비해 신선한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제대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부산역에서 가까운 고관해물탕(463-7585)은 문어 가재 가리비 오징어 소라 등 30여가지의 해산물과 각종 야채가 이른바 음식궁함을 이뤄내는 곳. 부산을 찾는 일본인에게 특히 인기있다.

사직야구장앞 안양해물탕(505-0480)은 해조류와 야채에 한우사골을 푹 고와 내는 국물과 푸짐한 해산물이 일품. 점심, 저녁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 아귀찜=흔히들 아귀찜하면 마른 아귀를 재료로 쓰는 마산 아귀찜을 생각하기 십상인데 부산아귀찜은 생아귀를 사용해 맵지 않고 담백하다.

책방골목으로 유명한 중구 보수동 물꽁식당(257-3230)은 40년간 아귀찜을 만들어온 아귀전문 요리점. 수영구 망미동 옥미아구찜(754-3789)은 아귀찜은 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담백한 아귀로 단번에 부산 최고의 아귀전문점으로 떴다. 찜을 먹고 난 양념에 비벼먹는 감자국수는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밖에 초원복국(628-3935), 원조낙지볶음할매집(643-5037), 동래할매파전(552-0792) 등도 놓치지 말아야 할 먹거리명가이다.

/한창만기자cmhan@hk.co.kr

■이럴땐 이렇게

▦표가 매진됐어요

인터넷예매는 인기작의 경우 예매 개시 10분 이내에 거의 매진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마세요. 극장의 첫번째 두번째 줄 좌석(20% 할인)과 인터넷예매 취소분에 한해 상영 당일 현장판매를 합니다.

해운대 메가박스(8~14일, 오전 9시~밤10시), 남포동 대영시네마(8~14일, 오전9시~오후8시30분) 등 시내 곳곳에 위치한 임시매표소에서 예매 가능합니다. 그래도 못 구했을 때는 교환부스를 찾아가 보세요. 대영시네마와 메가박스에 교환부스가 마련돼 있어 당일 상영작에 한해 환불을 원하는 사람과 구입하는 사람을 연결시켜 줍니다.

▦부산 지리를 모르는데요

남포동과 해운대만 알면 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남포동에는 극장이 몰려 있고 해운대에는 야외상영관과 메가박스, PIFF센터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 두 장소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해운대와 남포동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는 139, 140, 302번이 있으며 지하철로는 각각 해운대역과 자갈치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스타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영스케줄에 GV(Guest Visit)라고 표시된 영화를 예매하는 겁니다. 감독, 배우와의 만남 시간이 마련돼 있다는 뜻이죠. 파라다이스호텔 신관정원에서 열리는 ‘오픈토크’도 좋은 기회입니다.

이번에는 양차오웨이(梁朝僞)와 이영애(8일 오후1시30분) 이스라엘 감독 케렌예다야, 박찬욱,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9일 오후5시) 허우샤오시엔(侯孝賢), 테오앙겔로풀로스(12일 오후5시)의 대담이 준비돼 있습니다.

스타를 보기 쉬운 곳은 단연 남포동 PIFF 광장이죠. 수시로 스타들의 무대인사가 진행됩니다. 살짝 정보를 알려드리면, 8일에는 이나영과 영화 ‘인어공주’팀(오후 5시), 9일은 영화 ‘여자 정혜’팀(오후1시30분), 양동근과 ‘역도산’팀 (오후 4시), 10일에는 홍금보(오후5시), 14일은 영화 ‘주홍글씨’팀(오후 6시30분)의 인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13일 오후2시 역시 PIFF 광장에서 진행되는 이탈리아의 명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핸드프린팅 행사도 놓치지 마세요.

하지만 영화계 스타들이 대거 부산으로 몰려드는 기간인 만큼,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우연히 만남을 꿈 꿔 보셔도 좋습니다. 해운대에서 밤새 술 마시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양차오웨이가 산책을 나와 있더라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최지향기자misty@hk.co.kr

■영화속 부산의 명소

1999년 이후 부산에서 촬영했거나 촬영 중인 장편영화는 약 70편에 달한다. 부산영상위원회 설립 후, 부산 일대에서의 로케이션 촬영을 적극 지원했다.

때문에 요즘 영화 속에서는 쉽게 부산의 명소를 찾을 수 있다. 평범했던 동네가 영화촬영을 계기로 명소가 된 곳도 많다. 영화 속 로케장소로 등장한 부산의 명소를 꼽아 봤다.

▦'친구'의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 용두산 공원

‘부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친구’. 주인공 준석(유오성)의 활동무대로 등장한 자갈치 시장, 동수(장동건)가 준석의 부하에게 칼에 찔려 숨진 장면을 촬영한 국제시장, 주인공들이 부산 야경을 내려다 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용두산 공원 등은 대표적인 부산의 관광명소다.

교복차림의 주인공들이 내달리던 범일동 구름다리는 ‘친구의 거리’로 지정될 정도로 명소가 됐다.

▦'달마야 서울 가자'의 대각사

‘달마야 놀자’의 속편에서 4명의 스님은 돌아가신 노스님의 유언에 따라 서울에 있는 절을 방문, 빚더미에 올라 있는 절을 지키기 위해 건달들과 한판 대결을 벌였다. 영화에서 ‘무심사’로 등장한 절은 남포동에 있는 ‘대각사’. 도심 속의 절을 찾던 제작진이 이 절을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고.

▦'내츄럴 시티'의 다대포 해수욕장

영화의 가상 미래도시는 다대포 해수욕장에 지어진 세트다. 부산 촬영분 중 40% 이상이 이 세트에서 이뤄졌다. 구청에서는 이 세트를 볼거리로 보존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철거된 상태.

▦'돌려차기'의 광안대교

뭐니뭐니 해도 요즘 부산 최고 명소는 광안대교. 광안대교의 상판에서 패싸움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을 위해 광안대교 관리사무소와 부산시의 도움으로 무려 3일간 부분 교통통제가 이뤄졌다.

▦'엽기적인 그녀'의 오봉산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봐~” 전지현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부 짖는 바로 그 산은 부산에서 10㎞ 정도 떨어진 양산 물금역 오봉산 정상이다. 이름대로 5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참고로 전지현과 차태현이 타임캡슐을 묻은 곳은 이 산이 아니라,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한 농장.

▦'범죄의 재구성'의 동아대학교

5명의 사기꾼이 한국은행을 터는 이 범죄물에서 한국은행으로 등장한 곳은동아대 부민캠퍼스의 법대 건물. 옛 법원 본관건물이기도 한 이 건물을 변신시켰다. /최지향기자misty@hk.co.kr

■장르별 영화

◆"마음이 추워요" - 따뜻한 러브스토리

▦하나와 엘리스 (감독 이와이 슈운지/일본)

‘러브레터’의 이와이 순지 감독의 신작. 순지 영화의 특징인 뽀얀 화면속에 청소년들의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소 좋아하던 남학생이 사고로 기억을 잃자, 중학생 하나는 애인인 척 거짓말을 한다.

▦다정한 입맞춤 (감독 켄 로치/영국)

영국 글래스고에 사는 파키스탄인 2세 카심이 백인 여성 르와진과 사랑에 빠지면서 종교적 문화적 장벽에 부딪힌다. 좌파 휴머니즘의 거장 켄 로치감독이 ‘빵과 장미’의 작가 폴 래버티와 함께 만든 글래스고 3부작 중 종결편.

◆"모험은 싫어요" - 국제영화제 수상작들

▦기품 있는 마리아 (감독 조슈아 마스턴/콜롬비아)

주연을 맡은 카탈리나 산디노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생계를 위해 마약 캡슐을 위장에 박아넣고 미국으로 잠입해야 하는 콜롬비아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 비참한 현실과 달리 영화의 분위기는 너무도 담담하다.

▦잃어버린 포옹 (감독 다니엘 부르만/아르헨티나)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작. 남미의 비참함 현실을 보여준다.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와 살고 있는 아리엘. 아리엘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가 너무도 궁금하다. ‘메시아를 기다리며’ 등으로 아르헨티나의 대표감독으로 자리잡은 다니엘 부르만의 작품이다.

◆"평범한 건 싫어요"-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영화

▦슈퍼 사이즈 미 (감독 모건 스펄록/미국)

감독이 패스트푸드의 위험을 몸소 보여주기 위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한 달 동안 먹은 후,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흉한지 보고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참동안은 맥도널드의 간판도 쳐다보기 싫을 것이다. 이 영화 제작 후 감독은 1년 넘게 다이어트를 했다.

▦어떤 나라 (감독 다니엘 고든/영국)

북한의 매스게임은 정교하기로 유명하다. 매스게임을 준비하는 두 명의 북한 체조선수와 그 가족을 8개월 동안 기록한 영화. 북한의 평범한 일상을 살펴 볼 수 있다. 서구인의 눈으로 바라 본 북한사회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이 빛난다.

/최지향기자misty@hk.co.kr

■다양한 영화관련 이벤트

부산까지 와서 영화만 보고가면 손해. 부지런히 다니다 보면 눈과 귀는 즐겁고, 가슴은 뿌듯한 이벤트가 다채롭다.

■마스터 클래스

대가들로부터 직접 듣는 ‘나의 인생 나의 영화’. 허우샤오시엔(11일 오후 1시 30분)감독과 테오앙겔로풀로스 감독(12일 오후 1시)이 메가박스 10관에서 90분간 강연을 하고, 30분 동안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참가비 5,000원.

■영화와 떠나는 음악여행 '오픈 콘서트'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 상영관에서는 영화상영 전 오후 7시 30분부터 30분간 짧지만 짜릿한 콘서트가 펼쳐진다. 8일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자 양방언을 시작으로 14일까지 JK김동욱 노영심 럼블 피쉬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부산영화제 미니 홈피&블로그 컨테스트

영화제 정보, 관람기, 부산 방문기 등을 게재한 미니 홈피와 블로그중 우수작을 선정 시상한다. 수상자 10명에게는 내년 부산영화제의 모든 영화를볼 수 있는 ID카드가 주어진다. 15일까지 www.piff.org에 참가 접수.

■ '마파도' 포토 이벤트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이정진 이문식 주연의 한국영화 ‘마파도’의 티저포스터를 배경으로 관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

■그리스 여왕 메이크업

12월 개봉 예정인 ‘알렉산더’의 주인공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메이크업 전문업체가 참여, 관객들을 그리스 여왕으로 만든다.

■아트 스트리트 행사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해변도로까지 ‘아트 스트리트’를 조성, 8일부터 15일까지 다양한 공연 및 퍼포먼스, 전시행사가 열린다.

■영화속 추억의 향기展

해운대 메가박스와 서면 롯데호텔 로비에서는 영화 속에 사용되었던 소품과 스틸을 15일까지 전시한다. 지난 영화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행사.

■김영진과 극장가기-무엇을 볼 것인가

부산영화제를 보러 갈 때 각오 하나.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영화는 대부분 매진이니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 것. 인기작 중 상당수 가나중에 극장에서 개봉할 영화들이기도 하니 남들보다 먼저 본다는 쾌감에그리 목을 맬 이유도 없다.

영화제를 오히려 느긋하게 감상하는 방법은 매진되지 않은 영화들의 목록을 훑으며 자기만의 영화감상목록을 채워가는 일이다. 그게 소란스러운 영화제의 잔치 열기에 묻혀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도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양일의 신작 ‘피와 뼈’를 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다. 기타노 다케시가 출연하고 재일동포가 쓴 동명의 소설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피와 뼈가 수시로 출몰하는 붉은 선홍빛 영화일 것이 분명하다.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의 분노를 극한의 폭력으로 다뤄낸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제의 울타리가 아니면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감독 최양일의 선 굵은 연출력과 다케시의 포커페이스 연기가 빚을 조화가 궁금한 작품이다.

말레이시아 영화 ‘나의 아름다운 세탁기’는 세탁기가 주인공이다. 알라딘의 마술램프 같은 이야기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는 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대도시에서 자신을 잃고 세상이 정한 스케줄에 매달려 허겁지겁 살아가는 생활인들에게 이 영화는 초현실적인 동화의 기운과 자기성찰적인 성숙한 비판의식을 동시에 버무려 내놓는 고급 요리 같은 여운을 남겨줄 수 있을것이다.

얼을 빼놓을 만한 기상천외한 함정으로 관객을 서서히 끌어들이면서 현대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상품화된 관계를 재치 있게 비판한다.

대만영화 ‘20 30 40’은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20대, 30대, 40대 여성의 연애와 삶을 다룬 영화다. 20대와 30대, 40대가 각기 다른 삶의 몫이 있다고 배웠던 교조적인 훈계가 실제 인생에서는 그리 쓸모가 없다는 것을이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된다. 나이를 먹어도 20대처럼 아무 것도 해결되지않았다고 느끼는 삶이 있다.

그 좌절의 끝에서 삶의 용기를 전혀 엉뚱한 곳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40대 여성 릴리로 출연하기도 하는 배우출신의 감독 실비아 창은 도시적 일상에 파묻힌 세 여성의 삶에 대한 스케치를 세련된 스타일로 절묘하게 엮어놓으며 현대의 여자들이 겪는 도시적관계의 양상을 따뜻하게 응시하고 있다.

청샤오둥(程小東)의 데뷔작 ‘생사결’은 70년대와 80년대 한중 합작 무술영화에 추억이 있는 관객에게 권하고 싶다. 소림사 승려들과 일본 닌자들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서 청샤오둥은 대성할 새싹의 재능이 무엇인지 유감 없이 보여준다.

무협 영화하면 흔히 떠오르는 환상적인 장면들이 고루 나열돼 있어 중년층관객은 추억이 떠오르고, 젊은 관객에게는 색다른 구경거리의 매력이 될 것이다.

‘미낙시: 세 도시 이야기’는 저명한 화가이기도 한 감독의 작품으로 좀다른 세계의 매혹을 느끼고 싶은 적극적인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야기 호흡이 우리와 전혀 다르지만 괴이하다고 느꼈던 첫 인상이 천천히 호감으로 바뀌어 가는 희한한 체험을 준다.

끝으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감동도 받을 수 있는 영화이다. 청운의 이상을 품고 남미를 횡단하며 세상에 눈뜨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겪었거나 겪고 싶었을 법한 청춘기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청년들이 누구냐고? 그 중 한 사람은 체 게바라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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