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울수록 빈곤층이 더 많이 심리적 고통을 받습니다. 따뜻한 조언 한마디가 이들에게 의외로 큰 힘을 줄 수 있죠.”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63) 교수는 지난 3월부터 서울 무악동 가톨릭 봉사기관 ‘평화의 집’에서 가난한 시민들을 상대로 무료 심리상담을 해 주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와 금요일 오후 7시 평화의 집에 나가 고단한 삶에 지친 이들의 걱정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지금껏 이 상담을 받은 사람은 24명. 개개인의 상담자료를 꼬박꼬박 스크랩해 파일로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이 교수의 열정이 뜨겁다.
이 교수의 봉사활동은 외환위기 사태로 실직자가 급증하고 있던 199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심리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심리학자들도 국민들의 위기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동료교수ㆍ제자들과 함께 ‘심리자원봉사단’을 꾸렸다. 빈곤층 실직자들의 고민 해결과 새로운 일자리 마련에 발 벗고 나서기 위해서였다.
“빈곤층이라도 남편이 일자리가 있으면 가정은 어느 정도 화목할 수 있지만 남편이 실직하면 쌓였던 불만이 남편에게 집중되죠. 그래서 아내의 가출, 자식들의 비행 등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산하 ‘일하는 복지사회운동본부’를 이끌고 있기도 한 이 교수가 지난해 5월부터 시민회의 홈페이지에도 무료 상담코너를 마련한 것은 최근의 불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또한 2000년 경제가 살아나면서 그만 두었던 ‘심리자원봉사단’을 다시 꾸릴 생각에 있다.
이 교수는 최근 48명이나 되는 ‘젊은 협력자’를 갖게 됐다. 이 교수의 제안으로 이번 학기부터 개설된 봉사활동 과목에 48명이나 되는 학생이 수강신청을 한 것. 겨우 2학점 짜리 봉사활동 과목에 학생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까 걱정했지만 예상 외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해 이 교수는 가슴이 뿌듯하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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