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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반미 교과서" 공방 각계 반응/"학계서 판단할 문제… 왜 정쟁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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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반미 교과서" 공방 각계 반응/"학계서 판단할 문제… 왜 정쟁화 하나"

입력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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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점따라 여러해석 존재… 논란거리 안돼"*"학생들 가치관 형성기에 부정적 생각 심어줘"

*대다수 교사들 "소모적인 이념대결 중단해야"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반미 시각에서 기술됐다"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으로 촉발된 교과서 편향성 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계와 교단에선 "정작 큰 논란거리가 아닌데도 정치권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교과서 영역으로 옮겨왔다"며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비생산적인 논란=교과서 논란에 대한 반응은 시각에 따라 명확히 갈린다. 지난 4일 권 의원의 주장 이후 몇몇 보수 언론은 연일 교과서의 편향성을 대서특필하며 이념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는 "교과서마저 이념공세 도구로 이용한다"고 격렬하게 맞서는 등 교과서 논란은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권 의원측은 6일 교과서 집필자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가 전날 반박한 내용에 대해 "재반론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교과서의 전체 맥락이 더 큰 문제"라고만 입장을 밝혀, 논쟁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고 중간에 위치해 있다"며 "내가 쓴 교과서 내용은 북한에서도 숙청대상"이라고 억울해 했다.

◆논란의 대상인가=문제의 교과서 내용이 현재처럼 정치권 안팎을 넘나들며 논란이 될 대상이 아니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시각이 존재 할 수 있으며, 교과서가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 등 근·현대사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부각시켰다고 해서 이를 탓할 수는 없다"며 "권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역사교과서는 유신시대 윤리교과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조광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극우적인 시각으로 보면 금성 교과서가 친북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교과서 검인정 과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인정 과정에서 충분히 평가된 교과서를 문제 삼는 것은 검인정 과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가치관 형성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은 교과서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리둥절한 교육현장=교사들은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육훈 회장은 "금성 교과서가 발행된 이후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교육연구회 등에서 교과서에 대한 심층분석 학술대회를 열었지만 어디에서도 좌파적 편향이라는 지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은수 용산고 교사는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지 않게 서술한 것을 두고 친북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면서 "금성 교과서로 가르치면 편향된 시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하는 것은 교단과 학생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무학여고 오재진 교사는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의 교과서에 비해 균형된 시각을 담고 있다"며 "정치권에서 왜 그렇게 심각하게 보는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치쟁점화 우려=김민영 참여연대 시민사업국장은 "교과서의 편향성 여부는 전문가들이나 일선 교사들이 모여 토론하고 중지를 모아야 하는 문제이지 정치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과서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치권의 이념 대립이 교과서에까지 번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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