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대 자금수요기인 추석이 있었음에도 불구, 지난달 본원통화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가 낮아지고 한국은행이 통화를 방출하려 해도, 돈은 금융권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본원통화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에 그쳐, 1999년1월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본원통화란 한국은행에서 나가는,시중통화의 출발이 되는 돈으로 현금통화와 은행 지급준비금으로 구성된다.
8월 콜금리 인하의 본격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고 더구나 연중 돈쓸 곳이 가장 많은 추석이 끼었던 달(月)임에도 불구, 시중에 돈이 거의 풀리지 않은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차갑고 내수가 부진하다 보니 민간의 현금통화 수요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총량을 나타내는 M3 증가율 역시 8월 6.3%에서 지난달엔 6%내외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M1(요구불+수시입출식 예금) 증가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금리인하이후 늘어난 유동성은 민간부문엔 흘러가지 않은 채 금융권에서만 고여 있는 실정이다. 은행권 기업대출은 8월 4,000억원에 이어 지난달엔 7,000억원 감소하는 등 8월 콜금리인하 이후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1조1,000억원이나 감소했다.
돈 쓸만한 우량 대기업들은 오히려 은행 돈을 갚고 있고,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 기업들은 은행들로부터 대출상환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대기업대출은 8,000억원 감소했으며, 중소기업 대출은 추석을 앞둔 정부의 대(對)은행권 압박에도 불구하고 겨우 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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